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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Sep 23. 2022

배우 도전 일기#14

  백만장자 스폰서&백만 명의 팬이 있는 사람처럼

중학교 시절 어느 날 밤, 밤늦게 한자성어를 외우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진짜 너무 졸린데, 내일이 한자 수행평가이고, 한자 시험이라도 잘 봐야 수학에서 까먹는 내신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한자 선생님은 정말 너무할 정도로 한자성어를 엄청난 양으로 외우게 시키셨다. 한자 수행평가가 꽤 자주 있었는데, 시험 한 번에 사자성어 범위가 50개가 넘었다. 그러니까 한자를 50 ×4 =200개 이상 익혀야 했다. 암기에 강한 나였지만 그날따라 나는 너무 공부에 지쳐있었기 때문에 "진짜 외우기 싫다. 엉엉엉" 하고 서럽게 울부짖었다. 엄마도 놀라서 방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결국 꿋꿋이 모든 한자를 외웠다.


지금의 나는 그때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진짜 포기한다고 생각해도 내가 여태까지 했던 노력이, 나라는 사람의 가능성이 너무 아까워서 정말 울고 싶고, 다시 한다고 생각해도 울고 싶다 무서워서. 하지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서 울기보다는 꿋꿋이 해내면서 우는 편이 훨씬 낫다. 그날 밤 "나 진짜 하기 싫어..! 자고 싶어!"라고 외치면서도 다시 눈물로 젖은 공책 위에 한자를 써가며 외웠던 것처럼.


늘 미뤄왔던 유튜브를 한번 시작해보려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소소한 노력들도 기록하고,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연기자들도 만나고 싶다. 혹시 악플이 있으면 어쩌지, 예전에 나랑 크고 작게 다퉜던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댓글을 남기면 어쩌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단 100일만 더, 이번에는 마치 내 뒤에 남모르게 백만장자 스폰서가 있는 것 처럼, 마치 백만 명의 팬이 응원해주고 있는 것처럼 최면을 걸고 나아가 보면 어떨까. 정말 인생에 딱 한번 만이라도, 온전히 "된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가보고자 한다.


나는 이미 훌륭한 배우다. 심지어 영어도 잘하는 배우다. 심지어 키도 큰 배우다. 심지어 요즘 유행하는 작은 눈의 배우다. 심지어 목소리도 중저음에 듣기 좋은 배우다. 나는 정말 장점이 많은 배우다. 나는 꼭 돈을 잘 벌 수 있는 배우다. 나는 정말 나를 믿어주는 소속사를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 있는 배우다.


이렇게 믿고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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