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맹한 바닷가재 May 29. 2021

어머니는 음악의 BASS같은 존재

 처음으로 이어폰을 끼고 카톡에서 페이스톡을 걸었다. 카톡 특유의 발신 음악이 귀에 맴돌았다. 30초가 넘도록 수신을 하지 않아서 계속 발신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어폰을 끼지 않았을 때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들렸다. 음악은 두 마디가 반복되는데 첫마디에는 없었던 베이스 소리가 두 마디에서 등장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아~ 베이스 소리가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베이스가 들어간 음악은 더욱 풍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면 모르는 게 또 베이스음이다. 


 내 삶에도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베이스음과 같은 존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이 들 때까지 늘 계셨던 어머니는 그저 항상 계시던 분이었다. 오랜만에 본가에 가면 집밥을 차려 주시고 돌아갈 땐 오이김치, 파김치를 비롯해서 본인이 드셔야 할 과일도 꾹꾹 보자기에 담아서 주신다. 생각해보니 어머니의 그런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마치, 일부러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하지만, 없으면 아쉽고 무언가 부족한 느낌을 받는 베이스 음처럼 말이다. 어머니의 부재를 경험해 보지 않아 아직 알지 못하지만, 그날이 온다면 상실감과 허전함으로 한동안 슬픔에 잠겨있을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날 것 같다.


 페이스톡 발신음 덕분에 어머니의 존재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됐다. 더 자주 만나고 안아드려야겠다. 어머니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던 것처럼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리 긴 장마도 인생에서는 잠시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