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에서 선으로
하나의 선을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사실 그 누구도
정해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에 맞춰
목요일마다 새로운 글을 업로드 해왔다.
목요일로 정한 이유가
특별하게 있는 것은 아닌데,
난생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어설프게 올려봤던 여느 목요일이
자연스럽게 마감일의 기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목요일을 넘어
금요일에 올린다거나,
때로는 일요일까지
지각하는 날이 잦아졌다.
작정하고 글 쓰는 걸
미뤘다기보다는
컨디션 때문에
작업이 더뎌지게 된다.
하루가 다사다난해서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날에는
토라진 어린아이가
기분이 풀릴 때까지
입술을 삐죽 내밀듯이
몸이 시위를 하기도 하고,
직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은 날에는
글 쓰는 회로가 고장 나버려서
손가락마저 타자기 위에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해버린다.
그렇다고 노트북을 덮고
마음 편히 침대에 누워버리자니,
내일의 나도 버릇없이
태평하게 쉬어버릴까 봐
딱 5분만 써보자며
자세를 가다듬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본다.
그러다 보면 운이 좋게
글이 잘 써질 때도 있고
여전히 쓰고 지웠다를 반복하며
멀뚱하게 허공을 바라볼 때도 있지만,
어찌 됐든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며
훗날 빵빵해질 돼지의 배를 상상해 보듯이
글의 끝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 지난주 일요일에 올린
'나만의 연예인'이라는 글은,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가며
흥얼거리는 강아지 캐릭터를
그리겠다고 계획했었지만,
결국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로
글을 업로드해 버렸다.
일요일 낮에 그림을 그리고
그날 저녁에
완성해놓은 글과 함께 올리겠다는
꼼꼼한 계획이 무안해질 만큼
감정적으로 너덜거리는
한 주를 보내고 나니
몸이 무거웠다.
'이번 주에는 올리지 말까?'라는
삐뚤어진 생각도 해봤지만,
비록 한 편의 글뿐일지라도
지난날의 일상과 감정이 담긴 기록을
새로운 한 주가 되어서까지 끌고 가면
과거를 붙잡는듯한
찜찜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기다리고 계실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바람에서 비롯된 생각에
책상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일종의 노동요로
힐링 되는 팝송을 배경음으로 깔고
연필을 꺼내 그림을 그리는데,
마음먹기와는 다르게
평범한 동그라미마저
어딘가 미워 보여서
지우기에 급급해진다.
이대로라면 글도 그림도
아무것도 못 올리겠다는 생각에
그림 그리는 걸 깔끔하게 포기하고
고심 끝에 고른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발행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5초 정도는 홀가분한 마음이 들더니
금세 후회 이상의 감정으로 가득 차 버린다.
꾸욱 참고 그림을 그렸다면
조금 더 완성도 높은 글을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미련이 생기다가도,
다음번에는 꼭 후회 없이
마음껏 다 해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비록 아주 작은 점같이 티가 안 날지라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를 하다 보면,
조금씩 쌓여가는 점들의 발자취를 따라
하나의 선을 완성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된다.
점들이 모여 길게 이어지는 선이
어디를 향해 갈지 모르겠지만,
백지상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앞날에 대한 설렘에 이끌려
끝이 어딘지 모를 수많은 점들을
하나씩 찍어보기로 한다.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지난 주의 짤막한 글 옆에
그 이상의 감정을 담은
새로운 점을 찍으며,
짧은 선을 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