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자극에 반응하여
개체 혹은 세포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
여느 생명체가 그렇듯
나 또한 알게 모르게
항상성 유지에 힘쓰고 있다.
영하권 날씨에 몸을 부르르 떤다거나,
짭조름한 나초를 먹고 난 후에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든지.
혹은 주변 환경과 사소한 행동
그리고 무의식적인 생각과 같은,
생존을 위한 생리현상 외의 것까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 든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매일같이
새벽 5시 반에 일어나곤 했다.
눈이 반쯤 감긴 생태로 운동을 하고,
조금 여유가 있는 날에는
잠시 짬을 내어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흘렀을까,
하루가 왜 이리 길고 피곤한지.
점점 10분씩 늦게 일어나더니
결국 10개 중 8번째 알람 소리에 기상하는
평소의 모습으로 되돌아와버렸다.
다른 사람들처럼 아침에 기적을 만들기엔
나라는 사람은 잠이 참 많다.
미라클 모닝을 여러 번 실패해 본 바,
올해는 별 저항 없이 본능을 따르기로 한다.
평소처럼 자고 평소처럼 일어나기.
대신 깨어있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본다.
직장인에게 주어진 자유 시간이라고는
눈 깜빡할 사이에 끝나는 점심시간과
퇴근하고 나서 집안일을 다 끝마친 후,
고작 3시간에서 5시간 정도뿐이다.
이 정도면 뭐, 거창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기적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책을 서너 장 읽다가 마음을 움직이거나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만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솔직한 감정을
다이어리에게 털어놔
스스로를 다독여주기도 하며,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서툴게나마
화면 속 스승님을 따라
굳은 팔과 다리를 쭉쭉 펴본다.
아주 가끔은 방구석 심야영화를 즐기다가
기분 좋은 피곤함에 곯아떨어진다.
새벽 일찍 시작하는 하루에 비하면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전부 소화하기에 턱없이 짧은 하루지만
너무 게으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지런하지도 않은
나에게 적당한 방식이 만족스럽다.
느리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12개의 달을 무사히 건너가길 바라며,
무리 되지 않는 나만의 보폭으로
새로운 한 해에게 반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