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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치부자 Dec 13. 2024

취미가 '일'인 엄마가 일을 멈출 때

나만 몰랐던 멈춤의 미학

블랙핑크 로제의 인터뷰를 보았다. 취미가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도 매한가지였다. 나는 유튜브보다 내 일이 재밌다. 일이 재밌다기보다 내가 가진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들어 가는 삶의 모양새가 재미난 것이다. '다음엔 무엇이 올까, 또 무슨 이벤트가 생길까. 지금의 이 일은 나에게 왜 일어났을까.' 

이런 것들을 반추하고 숙고하며 사는 하루가 내게는 슴슴하지만 재미난 콘텐츠인 것이다. 


그런데 일을 손에서 딱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여지없이 한 큐에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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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겠지만 그 주인공들은 바로 나의 아이들이다.

엄마는 아이들을 낳으면서 심장을 분양한다고 한다. 나는 나의 메인 심장 외에도 아기 심장 두 개가 더 붙어 있다. 이 아가 심장들이 내 삶의 모든 결정의 가장 중요한 0순위기에 내 삶의 재미쯤은 언제든 접을 수 있다. 




가치도 두 종류가 있다.


어디선가 봤던 한 가장의 이야기였는데, 아내에게 '잘렸다'는 해고소식을 전했는데, 아내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내 : "자기는 100억 준다고 하면 나랑 아이들이랑 바꿀 수 있어?"

남편 : "아니"

아내 : "그럼, 자기 100억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맘 편히 지내도 돼" 



아하, 참으로 지혜로운 아내의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해 봤다. 한창 헤매던 시기 삶과 돈 사이에서 가장 헷갈렸던 단어가 바로 '가치'였으나, 아이들을 보면서, 진짜 나로 살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가치는 두 종류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돈과 관련된 가치(객관적 교환가치) vs. 돈을 벗어난 가치(주관적 필요가치)  



나뿐만 아니라 보통의 엄마들은 모두 그렇겠지만, 500억을 줘도, 1000억을 줘도, 1조 억만금을 줘도 나의 자식에게는 비견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가치를 벗어나 존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자식들은 그대로 "Priceless (값을 매길 없는)", 자본 가치를 벗어난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장 필요한 순간


집에서는 내가 무얼 하든 아이들은 연신 '엄마'를 불러댄다. 일하고 있어도 저녁밥 준비를 해도, 옷 갈아입을 때도, 화장실에 있을 때도 둘 다 조잘조잘 동시에 엄마에게 말하느라 소리가 항상 겹친다. 그 소리가 때로는 벅차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 줄 때도 이렇게 엄마손 탈 때 한 때다 싶어 기쁘게 호응해 준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엄마가 가장 필요한 순간은 아플 때이다. 

엊그제 안방 창문을 틈새만큼만 열어두고 잤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첫째가 덥다며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잠든 것이다. 나도 같이 곯아떨아져 그런지도 모르다가 새벽 4시에서야 발견하고 부랴부랴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어줬다. 꽤나 추운 밤이었는데 첫째 발이 차가웠다. 괜찮아야 할 텐데......



아침이 되었다. 여지없이 첫째가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아프다며 춥다고 했다. 이제 추워졌으니까 문 많이 열어놓고 자면 안 된다고 그리 말했는데, 열어두고 잤다가 아프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그러게, 엄마 말이 맞지!' 하고 싶다가도 '아픈 애한테 바보짓은 말자...', 입을 꾹 다물고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둘째는 괜찮고, 첫째도 머리가 좀 아픈 것 말고는 열은 없어서 진통제가 들어있는 해열제를 조금 먹이고 핫팩을 챙겨 일단 학교를 보냈다. 이따 오후에는 전화가 올 것 같은데......


직감 적중률이 99.999%를 달려가고 있다. 오후가 되자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원래 OO이가 그런 애가 아닌데요, 머리가 아프다고 가만히 앉아있어요.'

'네에, 얼른 데리고 갈게요.'


오후에 부칠 택배들이 있어 함께 챙겨 첫째를 픽업하고 우체국으로 갔다. 그런데 웬걸, 연말이라 대기 인원이 엄청 많았다. 아이가 춥다 하니 차를 따뜻하게 해 두고 우체국과 차를 오가면서 내 차례와 아이의 상태를 번갈아 체크했다. 20분 정도가 지나서야 내 차례가 되어 얼른 택배를 처리한 뒤 아이를 데리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약을 지어와서 먹였더니 첫째는 누워서 이불을 두세 겹 감싸고서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오후에 할 일이 뭐였고, 뭐였고 나의 다이어리 안을 가득 채웠던 일들은 모두 자동 멈춤 되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가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일이 멈추었을 때, 처음에는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짜증이 날 때도 있고 낙담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모먼트가 삶이 나에게 주는 쉼임을 안다. 일에 매몰되려는 나를 끄집어내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제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다행히 첫째는 건강한 편이라 컨디션을 금세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행이다 싶은 그 순간, 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늘은 누구랑 있게?

어젯밤 성공다이어리에 운동하기, 준비하고 있는 강의자료도 만들기, 온라인 마케팅 퍼널세팅 등등 해야 할 많은 일을 계획해 뒀는데, 삶은 나에게 또 휴식을 주려는 것 같다.(이제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침 등원길에 둘째가 '엄마, 나 머리가 아파. 으앙~'하고 보니 미열이 있고 첫째의 감기를 옮은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꾀병인가 싶어 그냥 들여보내지만 오늘은 왠지 유치원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둘째가 안쓰러워 '그래, 오늘은 엄마랑 놀자.' 하고 데리고 왔다. 유치원에 안 가니 신난 둘째는 집에 와서 춤을 추고 쉴 새 없이 조잘대고 있다.



그래, 잘했다. 이쁜이들.   

엄마의 하루는 이렇게 언제든 계획에서 벗어난다. 그렇지만 손으로 쥐고 악착같이 붙잡는 매일보다 다가오는 일상을 담담히 수용하는 하루가 가끔은 더 필요한 법이다. 예전에는 자꾸 세상과 맞서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힘을 빼고 세상이 내 편 되기를 가만히 기다린다. 

세상은 온전히 내 편이었다. 나만 몰랐을 뿐.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물론, 나는 파워 J로서 성공다이어리 제작자로서 또다시 계획 세우기를 시작하겠지만 말이다. 계획 세우기는 운명에 맞서는 일이 아니라 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자 예의다.  




하루부터 쓰는 성공의 기록, '2025 성공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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