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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치부자 Dec 06. 2024

새벽 4시 40분 잠자는 아이 둘을 두고 문밖을 나왔다

다시 태어나는 행복한 리츄얼의 시간.

새벽바람이 차다. 코끝이 찡하다.

오늘도 평안히 무사히 밤을 지내고 새벽 4시 23분에는 알람이 울렸다. 


밤사이 들어온 주문 건의 택배 접수를 서둘러 완료했다.

전날 챙겨뒀던 목욕 도구들과 옷가지들을 챙겨 얼른 나왔다.


아이 둘은 코~자고 있는데 그럴 일은 잘 없지만 혹시나 깼을 때 엄마를 찾을까 봐 메모장에 

이렇게 써놨다. 

"엄마, 목욕 다녀올게. 한 시간 뒤 6시까지 꼭 올게. 혹시 무서우면 유튜브 보고 있어."


유튜브를 여기에다 쓰긴 싫지만 유튜브가 엄마 없는 무서움을 달래기에는 최고일 것이기에.  



시간은 새벽 4시 40분.

모두가 잠든 시각, 길가는 고요하고 캄캄하다.

처음엔 깜깜한 새벽에 혹여나 누가 있을까 봐 나가는 게 무서웠는데, 다른 사람들도 나를 보고 무서워할 거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나는 한 달에 한 두어 번 이렇게 새벽에 한 시간씩 도둑목욕을 다녀온다. 

아이들은 아침잠이 많아 새벽에 더 곤하게 자는 편이라, 엄마가 목욕을 다녀왔는지는 전혀 모른다. 


엄마로서, 작지만 회사대표로서, 또한 나로서 매번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보니 새벽에 후다닥 다녀오는 도둑목욕은 나에게 최고의 힐링시간이다. 


"물은 모든 치유의 자이다." 

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처럼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온몸이 이완되고 평안해짐이 느껴진다. 

물속에 있을 때 눈을 감고 있으면 일상 속 분주함을 내려놓고 생각도 흘려보낸다. 

마음의 목소리도 들린다. 목욕만큼 온전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있나.

그렇게 1분, 3분, 5분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 



이후에는 집중해서 때밀기 하며 보내는 1시간이지만, 목욕으로 묵은 때를 벗긴 후 행복감은 형용할 수 없다. 

마치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차를 타고 다녀오면서 저절로 이렇게 읊조리는 나를 발견했다. 


'아, 행복해. 너무 행복하다. 아 너무 시원해.'


이 맛에 '목욕'은 평생 가져가고 싶은 나의 행복한 리츄얼이다.  

몸을 씻는 것은 단순히 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때를 벗긴다.   

다시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목욕을 하고 나면 훨씬 의식적으로 살기 쉽다. 





할머님들 눈에는 내가 이쁜가보다.



이렇게 새벽이 아니라 가끔 사람이 많은 낮에 들르면 친절하고 정정한 할머니 천사 분들을 만나게 된다. 

할머니들 눈에 나는 그저 어리고 젊은 자체로 이쁜 그런 아가로 보이나 보다. 그래서 새벽이 아니라 낮에 가는 목욕도 좋다. 


머리를 말리고 있으면, 

"어쩜 머리숱이 그리 많아, 머리가 풍성해서 너무 이뻐. 밤톨 같아."


그때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두서없이 머리가 길다 보니 부스스해서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고민하던 시기 었는데 할머님 눈에는 이런 부스스한 내 머리도 예뻐 보일 수 있구나 하고,  내 시선을 거두고 조금 떨어진 시야에서 나를 새롭게 보는 계기도 되었다. 


앗, 깜박 잊고 등 밀기 막대를 깜박했다.  

아줌마지만 여전히 쑥스럼이 있는 나는 누구한테 등 밀어 달라는 말도 못 하고 혼자 낑낑댄다. 

그러면 할머니 분이 어디선가 정말 천사처럼 나타나셔서 

"등 밀어줄까?" 

하시고 본인 등은 잠시만 내 맡기시고 내 목부터 팔, 어깨, 등, 엉덩이까지 씻기시느라 아주 바쁘시다. 

나 : "이제 괜찮아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할머니 : "여기 조금만 더 밀게. 어쩜 피부가 이렇게 하얗고 고와. 이쁘다, 이뻐."

하시며 열정적으로 밀어주신다. 


그렇게 할머니 천사 분들께 신세를 진 적이 꽤 많다. 이 분들을 보면 '나도 이 분들처럼 아름답게 늙고 싶다.'는 생각과 '착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목욕 자체가 주는 힐링에 더해 할머님들이 주시는 찐 사랑에 행복한 시간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아침


목욕을 끝내고 서둘러 짐가지를 챙겨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 6시 10분, 다행히 아가들은 곤히 자고 있다. 

안도하며,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곤,  이렇게 감사일기 줄을 썼다. 

"이렇게 멋진 하루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살아볼게요."




*참, 제가 열심히 고뇌하며 만든 2025 성공다이어리가 세상에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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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영상편집까지 직접 배워 만들어봤어요. 

아직 많이 허접하지만, 더 나아질 거에요. 읽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기운이 전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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