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아이와 함께 인라인을 타기로 했습니다.
공원을 가는 것도 좋지만 그냥 동네에서도 충분히 탈 수 있을 것 같아 동네 놀이터 근처 공터에서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걸로 하고 인라인 장비를 챙겨 나왔습니다.
아이는 술래잡기를 하자고 합니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이 술래가 되고 이긴 사람이 도망가면 된다고 합니다.
알았다고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아이가 술래가 돼서 저를 쫒아왔습니다.
아이는 저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열심히 저를 쫒아왔습니다.
한참 저를 쫒아오다가 아이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엄마! 타임 아웃! 넘어지면 경기를 진행하면 안 되는 거예요. 스탑. 멈춰야 해요."
"그래, 알았어. 그럼 다시 일어서면 시작하면 되는 거지? "
"네, 그러면 돼요."
"그런데, 쭈니야, 이런 규칙은 게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정해야 되는 거 아니야? 경기 시작하고 나서 서로 합의하지 않았는데 규칙을 정하는 건 좀 맞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 규칙을 정하는 게 어떨까?"
"음... 그래요. 그럼 규칙을 정해요. 잡히면 술래가 탈 것의 앞 글자를 얘기하고 잡히는 사람은 그걸 맞추면 이기는 거고 못 맞추면 술래가 이기는 거예요. 넘어지면 경기는 일단 중단, 다시 일어서고 나서 경기는 시작되는 거예요."
아이가 규칙을 정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탈 것의 앞글자를 얘기하라는 게 좀 생뚱맞기는 했지만....
”알았어. 그럼 시작하면 될까?
집앞 놀이터에서 시작한 술래잡기 놀이
다시 술래잡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추격전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저를 결국 잡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잡혔습니다.
아이는 ‘살’로 시작하는 탈것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살’로 시작되는 탈것이 있나? 참고로 쭈니는 자동차에 아주 관심이 많고 탈 것에 대해 모르는 게 없습니다.
“살? 살로 시작하는 탈것이 있어? 엄마는 모르겠는데?”
“모르겠죠? 바로 정답은 살수차예요.”
“아~~ 그렇구나. 그럼 이번엔 엄마가 술래고 쭈니를 잡으러 가면 되겠네.”
다시 경기는 시작. 제가 아이를 거의 잡을 듯할 때마다 아이가 계속 넘어졌습니다.
저는 아이가 혹시나 일부러 넘어지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쭈니야, 괜찮아? 근데 너 일부러 넘어지는 거 아니지?”
“아니에요... 일단 넘어졌으니깐 스탑. 타임 아웃이에요.”
그리고 다시 술래잡기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더니 아이가 갑자기
“엄마, 8초 동안 술래가 못 잡으면 지는 거예요.”
오잉?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죠? 아이는 무조건 이 놀이에서 이겨야 되는 거였죠.
순간 아이에게 지금 인라인을 타면서 아이가 자기가 이기기 위해 자신이 유리하게 만드는 규칙을 보면서 아이에게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규칙을 정하고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줘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쭈니야, 규칙은 우리가 게임을 하기 전에 서로 동의하고 합의가 돼서 만드는 거라고 얘기했지? 우리는 아까 그래서 규칙을 정했는데, 지금 경기 도중에 네가 질 것 같으니깐 또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건 친구들과 이런 술래잡기를 할 때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음... 좋지 않은 거 같아요. 친구들과 놀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래 알았어. 그리고 8초는 얼마나 짧은 건지 알아? 1,2,3,.... 8 이게 8초야,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 않니?”
“음 그럼 8분여.” 참고로 아이가 좋아하는 숫자는 8입니다. ㅋㅋㅋ
“8분? 그럼 너무 길거 같지 않아?”
“음, 그럼 5분여.”
“5분도 길거 같은데, 알았어 그럼 5분 이제 타이머 제고 시작한다.”
인라인을 타고 5분 동안 누가 뒤에서 잡으러 오는데 계속 도망가야 되는 이 시간은 생각보다 굉장히 깁니다.
추격전은 계속 벌어졌고, 2분 30초 정도를 남겨 놓고 제가 아이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이겼죠. 이제 게임 스코어는 1:1
그리고 아이에게 얘기했습니다.
“아직 2분 30초나 남았어. 5분도 정말 긴 거 같지 않니? 우리 3분으로 정하는 게 어떨까?”
“좋아요. 그럼 3분 안에 잡지 못하면 지는 거예요.”
세 번째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아이가 술래가 돼서 저를 잡을 차례입니다.
하하하 이건 뭐죠?
사람의 본성은 이기고 싶은 게 본성인가 봅니다.
아이가 저를 막 쫒아오는데 이게 또 뭐라고 아이한테 안 잡히려고 전력질주하는 저를 봅니다.
그러다 아이가 저를 잡는 그 순간 그만 저는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쫒아오던 아이도 제가 넘어지니 엄마 괜찮냐며 속도를 줄이면서 넘어집니다.
“엄마 괜찮으세요?”
“쭈니야 괜찮아?”
“엄마, 이건 위험하니깐 이제 그만 하고 우리 그냥 동네 한 바퀴 돌아요.”
“그래. 이런 거 타면서 술래잡기는 하면 안 되겠다. 엄마도 이기고 싶으니깐 막 마음이 앞서고 하다 안전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이렇게 바퀴 달린 거 타고 술래잡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네! 그래요!”
동네 한 바퀴 도는 쭈니
오늘도 아이 덕분에 이기고자 하는 본성에 대해 잘 체득해 본 날입니다.
서로 동의와 합의하에 규칙을 세워도 내가 불리할 거 같으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본성.
규칙은 지키자고 만든 거지만 자신이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또 다른 규칙을 내세워 만드는 우리의 모습.
항상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본성은 있습니다.
그 본성에서 나와 타인의 동의와 합의 하에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규칙들이 잘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아들 덕에 또 깨운 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엄마였습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살아가는 오늘 하루는 매일 새로운 하루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내일의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오늘도 어떤 새로운 깨우침을 아드님이 줄지 기대되는 하루입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워요. 노력할게요!
다섯 가지 예쁜 말 사용하는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