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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비스 박혜형 Apr 17. 2021

아들에게 배우는 '배려'

  

“엄마, 일 언제 끝나세요? 나는 엄마가 걱정돼요.”

“응, 금방 끝내고 잘게. 걱정 안 해도 돼. 쭈니 어서 들어가서 자.”

“엄마가 걱정되니깐 얼른 끝내고 주무세요.”

“응. 고마워. 아들. 사랑해!”     

가능하면 아이가 잠들 때 재우려고 노력은 하지만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나, 데드라인이 걸린 일이 있을 때는 부득이하게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올해는 새벽 기상을 하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다 보니 거의 아이를 재울 때 저도 같이 자는 편인데, 최근 좀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때 아이가 저를 걱정해 주며 하는 말이었는데요.

가끔은 제 아이지만 이런 예쁜 말을 해주는 아이에게 참 고맙고 감사합니다.

아이는 엄마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흘러넘치는 거 같은데, 저는 아이를 얼마나 배려하고 사랑해 주고 있는지......      

밤에 잠들 때 쭈니에게 항상 묻습니다.

“쭈니는 오늘 감사한 일이 뭐가 있었어?

”엄마가 놀이터에 데려다줘서 놀게 해 줘서 감사했어요. “

”아, 그게 감사했구나... “

아이는 놀이터에 데려다주고 놀게 해 준 그 자그마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참 착한 아이입니다.


쭈니가 좋아하는 놀이터

아이가 보통 하교하면서 보통 친구들과 30분 정도 놀이터에서 놀고 집으로 가는 편인데, 방과 후 수업이 있는 날은 친구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일정이 되지를 못합니다. 방과 후 수업이 추첨이 된 건 참 좋은데, 아이가 유일하게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사라진 건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방과 후 수업이 끝난 날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갔지만 그 시간대는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은 시간이라 혼자 놀게 되니 다소 시무룩해져 있었습니다. 어제는 동네에서 제법 큰 놀이터에 데리고 가 보았습니다. 학원을 가기 전에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는 것 같아 아이를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조금 놀게 해 주어야 하겠다고 생각은 하고 갔으나 막상 날씨가 너무 추워서 저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음속으로 다음 주부터는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그냥 집에 와서 간식 먹고 놀게 하다 학원을 보내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저에게 감사한 일이 제가 놀이터에 데려다주고 놀게 해 준 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니.... 제가 참 아이를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려

사전적 의미로는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을 뜻합니다.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관계가 전제되어 있죠. 지난 글 <초등학생도 아는 매너>에서 매너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배려를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쭈니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그 속에서 또 새로운 관계 형성이 되는 것 같습니다. 쭈니의 학교 선생님, 친구들, 학부모들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생각은 모두 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모두 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기를 소망하는 것은 모두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쭈니의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면담 시간에 참 인상적인 말씀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신중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칭찬 스티커를 배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잘하는 것에 대해 경쟁심리를 부추겨서 어떤 아이에게는 스티커를 주고,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는 스티커를 주지 않으면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모든 과제에 대해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

내가 열심히 했고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스스로 칭찬 스티커를 1개든 2개든 3개든 본인이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을 가질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고 하셨습니다.

타인의 평가, 타인이 스티커 1개, 2개 주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평가하고 만족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우리 반 아이 중에 친구를 놀리는 아이가 있다면 놀림을 당한 피해자의 아이에게 묻습니다.

네가 놀림을 당할 이유가 있니? 네가 잘못한 거 있니? 네가 잘못한 게 없으면 네가 울 필요가 없어. 놀리는 그 아이가 세련되지 못한 것이지."

놀린 친구, 가해자인 친구가 스스로 친구를 놀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을 느끼게 하고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알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교육방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반은 세련되지 못한 행동을 한 친구가 부끄럽게 생각해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요."

저는 선생님의 그 철학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TV를 틀면 학교 폭력이 점점 심각해지는 뉴스를 종종 접합니다.

얼마 전에도 한 중학생이 친구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그 아이들도 초등학교 다닐 때는 저러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그 아이들은 다수의 친구가 한 친구를 때려도 된다는 것이 나쁜 행동이라는 자각이 없었을까요?

부디 피해를 입은 그 학생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고 너무 깊은 상처로 울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 많은 타자 인식을 하고 삽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 너무 길들여져 있습니다.

타인에 대해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제대로 돌볼 줄 아는 사람 한정인 듯합니다.

자신을 제대로 돌볼 줄 아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배려를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그전에 ‘자존’ 나를 사랑하고 나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을 가르치려 합니다. 어머니들도 그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쭈니가 참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난 것 같습니다.

올해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아이의 주변 환경이 좋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만나는 그 모든 사람을 엄마인 제가 통제하지도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그전에 가장 중요한 건 저의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이 세상의 그 어떤 누구를 만나더라도 아이 스스로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마음이 튼튼한 아이라면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것.

나 자신이 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좋은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고 그렇게 믿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이는 정말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것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는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을 만나 학교생활을 잘해나가고 있습니다.      

"삶이란, 우리의 인생 앞에 어떤 일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겁니다."
- 존 호머 밀스 -    
 

내가 어떤 마음을 먹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은 그 어떤 객관적인 사실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니깐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워요. 노력할게요.

오늘도 쭈니가 가르쳐준 다섯 글자로 된 예쁜 말을 내 삶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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