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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Dec 13. 2020

서랍 속의 '친절한 남미 씨' 세상의 빛을 보고 싶어요

2013년 나의 꿈은 어디로, 여행 기록물은 내 컴퓨터 안에 고이 저장


솔직히 말하자면, 저의 여행기는 수많은 출판물들과는 달리 그리 독특하지는 않아요. 저는 부랑자처럼 다녀서인지 누군가가 위협을 하지도 않았고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밤늦게까지 거리에서 술을 꿀꺽하지도 않았으며 우연히 만난 사람이 동행을 제의했어도 의 여행 계획 루트에 맞춰서 가느라 그 계획에 어긋나면 위험할 것 같은 동행도 하지 않았어요. 어찌 보면 그야말로 재미없는 여행일 수 있겠지만 제 기억 속엔 나름 제일 다이내믹했던 여행기로 기억에 남아 있어요. 멕시코 교환학생을 했던 덕분에 멕시코 현지인을 많이 알고 있었고 워크캠프 갔다가 헤드폰 도난 사건으로 인해 톤날라에 체류하게 되었을 때도 멕시코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러면서 멕시코 친구 사촌 결혼식에도 참여해 보고 와하까에도 가 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죠. 그렇게 친절한 사람들의 손을 빌려 저는 무탈하게 멕시코 여행과 남미 여행을 마칠 수 있었어요. 사실 처음 페루 리마에 도착했을 때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절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주 대담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저도 진짜 혼자 여행은 남미 여행이 처음이었거든요. 물론 모험을 좋아하는 인간이기도 하지만 무작정 뛰어드는 타입은 아니랍니다. 생각이 많은, 모험적인, 아주 모순적인 인간이기도 하고요.


아, 그래서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제 브런치 북을 소개해보자면, 그런 평범한 인간이 100일 남짓 남미 여행을 혼자서 했어요. 물론 요즘에야 남미 여행 그래도 사람들이 꽤 많이 알지만 그때만 해도 낯선 대륙이었거든요.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낯선 대륙일 거예요. 코로나 시국엔 더욱 그렇겠죠? 남들 안 가 보는 곳에 가 보겠다고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저는 대륙 자체보다 사람들의 온기에 큰 감동을 받은 사람이에요. 멕시코를 후진국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 보면 혼내주고 싶기도 하고 남미 대륙의 사람들이 지닌 순수함이 널리 보전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실은 남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더 적었으면 좋겠어요. 그곳이 관광으로 훼손되면 사람들마저 변해버릴 수 있잖아요?


여행하면서 기록했던 것들이 대략 a4용지 100페이지 정도 됩니다. 수많은 사진들과 암호가 걸려 있는 한글문서는 제 영혼이 보고 느끼고 웃었던 나날들이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전 분명 성장했던 것 같아요. 돌이켜 보면 혼자 생각하고 혼자 정리하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독립적인 성인이 된 느낌이랄까요. 여전히 저는 어린 면도 있지만 인간이 늘 성숙할 수는 없으니까요. 쿠바에서 멕시코시티로 돌아왔을 때, 목수아저씨를 우연히 지하철에서 만났는데 제가 쿠바 체제의 잔인함을 성토하자 아저씨는 자신이 느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내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꼭 책으로 써달라고 했어요.  혹시 아냐고 론니플래닛처럼  여행기가 전 세계적으로 출판될지 누가 아냐고. 그때 전 스물셋 일개 대학생인 제가 뭘 할 수 있겠냐고, 세상엔 대단한 사람들 천지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아저씨는 진지하게 너의 경험담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라며 명함까지 주셨답니다.


넘쳐나는 에피소드를 이제 와서야 브런치에 긁적였지만 저는 저의 경험담을 사람들과 나눠 보고 싶어요. 지극히 평범한 저를 독특한 인간으로 만들어 준 남미에 감사하며, 그라시아스 남미! 아디오스!


https://brunch.co.kr/brunchbook/23lovesnam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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