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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Jan 03. 2021

2020년, 듣고 본 것들 베스트 5

워스트는 하지 않는 걸로, 베스트 5 너야 너!

 겨우 며칠 새, 나이는 한 살 더 먹었고 아듀와 헬로를 동시에 번갈아 하면서 하는 현실이 가끔은 웃기기도 하다. 마음가짐이 색다르게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지도 않지만 이것저것 정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정리를 해 보기로 한다. 올해는 본 것보다 들은 게 더 많았고 들은 것들 중에 좋은 것들이 정말 많아서 들은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해 보기로 한다. 사실 원슈타인이라는 아뤼스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 들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하기로 하고, 본 것들에 대해서도 찬찬히 풀어보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읽은 게 하나도 없네. 드문 드문 읽었으나 완독한 게 거의 없다. 올해는 E-book도 구매만 많이 했지 읽지 않은 재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언젠가부터 글이 잘 안 써지고 안 읽힌다. 어쩌면 좋지!)




들은 것들 중 베스트 5


1. 원슈타인-적외선 카메라

빈지노의 vibra 를 능가하는 센스와 가사라고 생각했다. 나의 상상력은 언젠가부터 굳어져서 늘 뻔한 생각만 하는 레디메이드 기성품 같아서 '코로나' 하면 '마스크'밖에 생각 안 났는데 어떻게 '적외선 카메라'로 '사랑의 온도'를 연상해서 끈적하지 않으면서 소프트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감탄 또 감탄하면서 원슈타인 영상을 50번은 봤다. 원슈타인 앓이를 하면서 원슈타인 앨범부터 피처링한 노래도 전부 다 들어봤는데 '노르웨이 펭귄' 노래는 정말 앙증맞고 '3기니'는 독특했다. 원슈타인은 하드한 힙합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안 하면 좋겠다. 지금처럼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과 순수함을 잃지 말고 선한 영향력을 쭉 노래에 녹여주면 좋겠다. 코로나 종식되면 콘서트 꼭 가고 말 테다. 원슈타인이라면 적외선 카메라를 능가하는 곡을 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가사가 너무 귀엽고 앙증맞고 순수하고 유일무이해. 원슈타인이란 장르를 창조한 당신, 최고.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2. Bruno Major-Nothing

이 노래는 광고에도 나왔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스피커로 들으니 이불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서 멍하니 이불속에서 노래만 들으면서 추위를 느꼈다. 한동안은 이 노래만 들어서 지금은 좀 질리지만 가사도 정말 좋고 멜로디도 좋아서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들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어폰으로 들을 때의 질감과 스피커로 들을 때의 질감이 조금씩 다른데 이어폰으로 듣고 있으면 들뜬 기분이 서서히 가라앉는데 실린더의 용액이 조금씩 내려가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희한한 기분이 든다. 2019년에 나온 음악이지만 내가 2020년에 들었으니 2020년 세컨드 음악으로 손꼽는 걸로.


3. Slchld-Camellia

멜로디 듣자마자 반해서 무한 반복했는데 세상에 이 노래와 멜로디가 똑같은 곡을 두 곡(이민석-예쁜 말, J-tella-전부 지나갈 테니 아끼지 말자 우리)이나 발견했다. 프로듀싱한 사람이 같아서 상관없다는데 정말 그런 걸까. 그중 한 곡에도 꽂혀서 들었는데 그래도 가사와 멜로디 찰떡궁합은 서울 차일드라고 생각한다. 목소리가 너무 좋고 가사가 너무 좋다. 멜론에는  곡 다 있지만 Flo에는 서울 차일드 Camellia만 없어요. Flo 얼른 서울 차일드 까멜리아도 넣어주세요. She likes spring, I prefer winter 도 좋지만 그 노래보다 이 노래가 더 좋다. 서울 차일드는 원슈타인만큼이나 감각적인 아뤼스트니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서울차일드도 얼른 콘서트 해주세요. 찜.


4. Sunset Rollercoaster-My Jinji

The Smiths의 느낌이 물씬 나서 어떤 밴드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대만 재즈 느낌의 신스팝을 하는 밴드였다. 상당히 음악이 몽환적인데 차분한 느낌까지 더해줘서 질릴 때까지 무한루프 할 수밖에 없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음악이랄까. 밴드 이름마저 감각적이어서 밴드 자체가 궁금해져서 찾아봤다. 잔잔한 독립영화의 ost를 기깔나게 잘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소노다 밴드도 생각이 났지만 소노다 밴드보다는 지적이고 차분한 느낌이랄까. 내한해주세요.


5. 아이유-자장가

영화 조제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눈물이 났다. 영화를 가급적이면 집에서 보려고 애썼지만 꼭 영화관에서 봐야 할 것만 같은 영화들은 KF-94 마스크를 장착하고 영화관에서 본 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했답니다. 사실 김종관 감독의 팬이기도 하고, 남주혁의 팬이기도 하기에 영화관에 꼭 가서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망했습니다. 원작 색깔이 워낙 뚜렷해서 리메이크로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는데 남녀 캐릭터 모두 이상하게 그려지더군요. 조금 다르게 풀어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최악의 하루'와 '더 테이블'을 정말 인상적으로 봤던 저로서는 일본 영화의 색채가 어중간하게 섞여있는 느낌이 들어서 이도 저도 아닌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님 영화를 보면서는 가끔 '피식' 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대목은 있었지만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도 들고 남녀의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멜로 영화였어요. '아이유'라는 아티스트를 정말 좋아하지만 '자장가' 이 노래는 엔딩 크레디트로 처음 접했는데 노래가 너무 슬프고 영화랑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남주혁 군이 수족관에서 엉엉 우는 장면이 생각나서 울컥했어요. 그 장면은 잊지 못할 거예요.


본 것들 중 베스트 5


1.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연초에 극장에서 당신을 보지 않은 것을 용서해주시고 재개봉하면 달려가겠나이다. 극찬 리뷰는 여기(https://brunch.co.kr/@vamosahora/144)에 있습니다. 올해 본 최고의 멜로 영화라서, 이 영화를 능가하는 멜로 영화가 나올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배경음악이 딱 두 번 나오는데 임팩트가 있는 장면에서 나온다. 마리안느(노에미 멜랑) 캐릭터는 여태까지 본 콘텐츠에 나온 캐릭터 중에 제일 멋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으며 닮고 싶은 캐릭터였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게 너무 극적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좋았고 극 안에서 서서히 스며들어서 좋았다. 어떻게 이런 마법을 영화에서 구현해 낸 것일까. 기생충을 보면서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는데 셀린 시아마 역시 그다음에 어떤 마스터피스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2. 우리 이혼했어요

클립을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고기와 깻잎의 딸이 엄마한테 '이모'라고 할 때 나는 너무 슬프더라고. 이혼을 하게 되면 자녀가 상처 받지 않게 부모가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혼'을 둘러싼 두 가정의 대치를 보면서 '결혼'은 환상이 아니고 현실이겠구나 싶었다. 요즘 결혼에 가까워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나는 '결혼' 이 조금 하고 싶어 졌는데 그건 그저 생각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 커플 이외에도 나머지 커플을 보면서 의리와 정 같은 감정이 조금은 부러웠다. 요즘의 나는 '설렘'보다 '의리'가 부럽고 '의리' 있는 장수커플이 너무 부럽다. '결혼' 한 사람이 부럽다기보다 5년 이상 사귄 적이 있는 이들이 부럽다. 유대관계를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는 베프가 되기 위해선 두 사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 노력의 밑바탕에 있는 게 결국 사랑 아닐까. 불타오르는 사랑 말고 그렇게 잔잔하게 유지되는 감정이 너무 부럽다.



3. 마틴 에덴

격정적인 멜로를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나의 무지'에 대해 깨닫고 나온 영화.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했고 남주의 광기 어린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올해 본 영화 중 제일 독특한 영화라고 생각했고 사회주의 vs자본주의 구도가 아니라 '자유주의자' 스탠스를 유지하며 반박하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파운드 푸티지가 곁들인 방식이 좋으면서도 싫었지만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질감과 ost가 정말 좋았다. 남주는 사랑 때문에 글을 배우기 시작했으나 결국은 사랑을 자유의지로 택하지 않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글을 쓰면서 에고가 강해진 것일까, 오기도 재능이 아닐까 등 테넷만큼 물음이 많이 생기는 영화였지만 난해하지는 않았던 영화.



4. 시오타 치하루전

트위터에서 빨간 그림 보고 너무 인상적이어서 꼭 가고 말리라 하다가 결국 가게 되었던 전시회. 실타래와 의자의 의미가 정말 좋았고 부산 전시 때는 빨강이 아니라 검정 실로 도배된 작품이 있었다던데 빨강이라는 색깔이 주는 의미와 '죽음'을 '실'이라는 매개체로 표현한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어서 오래 홀로 그 공간에 있으면 무섭겠다 싶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때문에 제한된 인원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 그 제한된 시간 동안 굉장히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 '아오이 가든'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랄까.



5. 에이 스트릭트 파도 전시

줄 서서 한 20분은 기다리다가 들어갔던 전시회. 갔다 와서 너무 좋아서 곳곳에 추천했던 전시. DDP 팀 랩 전시회가 에이 스트릭트 전시보다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직 못 본 관계로 뭐가 낫다고 말을 못 하겠다. 일단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파도를 정말 찰나의 순간 동안만 감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작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제한된 시간의 마법인 걸 수도 있지만 미디어 아트로 구현된 파도는 실제 파도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때마침 들렀던 블루보틀에서 Ross David의 Sailin' 이 나왔고 그 날 이 노래와 전시 때문에 들떠했던 기억이 있었다. 한여름날 오전의 크나큰 행복이었지.


덧 1. 극찬하길래 봤던 <교실 안의 야크>는 앞부분 30분 보다가 졸았고(역시 잔잔한 영화는 맞지 않아) 2019년 12월 무렵, 비행기에서 보았던 <어디 갔어, 버나뎃>을 다시 보려고 시도했으나 다시 포기했다. 처음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콘텐츠를 다시 보기 시도하면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하게 되더라. 영화 <콜>은 <곡성>만큼이나 오들오들 떨면서 보았고 나는 마지막 엔딩을 예상 못했던 터라 소름 돋았다. 설정 자체가 신박하다고 생각했고 다시 한번 더 세상에 공짜는 없고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 보는 내내 손을 쥐었다 폈다 했고 극장에서 보면 내가 느끼는 무서움이 배가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전종서'라는 배우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테넷> 좋긴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쉽게 풀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보기 쉽고 읽기 쉬어야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예술을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인셉션>과 <인터스텔라>는 어렵지 않았는데 <테넷>은 너무 설명조로 모든 걸 인물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느낌이라서 솔직히 실망을 했답니다. 사실 과학적으로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더 멘붕 왔던, 보고 나서 더 리뷰들을 찾아보며 공부했던 영화였지만 음악 하나는 최고였습니다. Travis Scott의 The Plan 나올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전율이 쫙!


덧 2. 드라마 <사생활>이 올해 원픽 드라마가 될 줄 알고 들떠하면서 봤는데 갈수록 산으로 가자, 보는 것을 포기했지만 '연기는 타고나는 영역이라 생각했으나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서현을 보며 느꼈다. 멋있는 사람. 보다가 만 크리처 물 <스위트홈>은 끊어서 보다가 언젠가는 다 보게 될 수 있을듯하지만 여전히 크리처 물은 내겐 너무 어려운 영역. 하지만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되어간다는 설정 자체는 정말 신박하다고 생각하기에 언젠가는 다 볼 생각인데... 언제쯤 다 볼 수 있을까. 요즘의 제 낙은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얼른 ost를 빨리 우두두 풀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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