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을 과나후아토에서
교환학교인 떽 데 몬테레이에서는 유난히도 행사가 많았다. 한국의 학교들이 교환학생을 이렇게 배려하고 이벤트를 많이 짜 주었던 걸까 하고 생각해 봐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듯했다. 이건 마치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릴 때 버스를 대절해서 자교 학생들과 교환학생을 함께 여행 보내기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도 유사한 것이었다. 물론 멕시코가 워낙 파티를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라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미리 예약을 해 두었던 우리는 멕시코 독립기념일을 과나후아토에서 보내게 되었다. 9월 16일이 멕시코 독립기념일인데 과나후아토가 유독 유명한 이유는 이 곳에서 독립투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랬다. 실제로 마리아치가 많았고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흥겨운 나날들을 보냈다. 유후.
나는 수업 시간에 우연히 알게 된 데니스란 친구 덕분에 멕시코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었는데 그 친구 덕에 멕시코에 있을 때 멕시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는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었다. 8월 1일 무렵 멕시코에 도착해서 방을 구하고, 보험을 들고 오지 않아 부리나케 보험 처리하고 데니스가 친구들과 함께 하는 파티에서 재미있게 놀며 한 달을 그렇게 보냈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면서 머리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기에 머리를 싹둑 자르고 싶었던 터였는데 데니스가 자주 가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그다음 날 과나후아토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9월 13일 목요일 저녁에 출발을 했고 금요일 아침에 과나후아토에 도착했다. 과나후아토는 일반 주택 건물이 형형색색 너무 이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지정된 곳이었다. 과나후아토에서도 즐거웠지만 가는 과정 버스 안에서 멕시코인들이 얼마나 잘 노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일본인 닮았단 얘기를 멕시코에서 제일 많이 들었다. 나만 보면 사쿠라 사쿠라 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었고 멕시코시티와 달리 몬떼레이에는 동양인이 거의 없으니 교환학생 친구들과 함께 지나갈 때면 여전히 캠퍼스에서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우리는 수업에 늦으면 뛰는 게 일상화되어 있었는데 뛰는 건 우리뿐이었다. 다들 늦어도 상관없단 마인드였기 때문에.
과나후아토에서 버스를 타면 산 미구엘로 갈 수 있는데 산 미구엘도 예쁘지만 과나후아토의 알록달록한 주택의 모습들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어서 산 미구엘은 과나후아토보다 내 마음속엔 덜 와 닿았다.
산 미구엘에서는 페이스페인팅도 하고 비바 메히코와 멕시칸 국기를 얼굴에 새기고는 멕시칸 특유의 전통 귀걸이와 목걸이를 매고 거리를 계속 거닐었던 기억이 참 좋았다. 같이 갔던 한국인 멕시코 교환학생이 대략 7명 정도 되었는데 우리끼리 옥소(OXXO) 편의점에서 새벽에 라면을 먹으면서 킥킥댔던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새벽에 돌아다니면서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스페인어를 제일 못하는 내가 기초 스페인어 수준에서 Tengo hambre. Hace mucho frio 하면, 잘하는 친구가 발음을 교정해 주었던 기억까지. 참 다사다난했던 독립기념일이었다. 우리나라는 독립기념일 비롯 각종 기념일을 다소 진지하게 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멕시칸의 축제를 즐기는 문화와 비교해 보면 멕시칸들의 삶에 대한 태도가 기본적으로 긍정적이고 흥겹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니 멕시코를 어찌 아니 좋아할 수 있겠나. 그야말로, 멕시코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