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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보카도 Feb 01. 2022

 간만에 드라마, 아무튼 소설

벌써 2월, 드라마 러시

1. 넷플릭스, 아빠의 바이올린

엄마 추천으로 보게 된 터키 영화 <아빠의 바이올린>은 클리셰 덩어리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영화 <룸>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많이 본, 우격다짐하다가 어른과 아이가 서로 토닥토닥하게 되는 버디무비다. 아빠는 생각보다 일찍 돌아가시고 아빠를 오해했던 삼촌은 조카에게 냉랭하게 대하지만 사랑스러운 아내의 쿠션 역할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런저런 자초지종을 겪다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서 나중에는 하나의 가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바이올린'이라는 요소가 등장하는 만큼 음악을 잘 썼기에 귀가 즐거운 특이점이 있다. 그런데 마지막 10분이 인위적이고 지나치게 드라마틱해서 별점은 5점 만점에 3.5. 귀성길 버스에서 이 영화 하나 보니까 시간이 휘리릭 가서 좋았다. 의미를 찾는 사람이면 비추지만 재미를 찾는 킬링 영화 덕후라면 좋아할지어다. 심지어 우리 아빠가 보고 엉엉 울었다길래 기대했으나 나는 울지 않았다. 나는 대놓고 울리고자 작정하는 영화를 보고는 절대 울지 않는다. 서서히 스며드는 영화가 좋다. <드라이브 마이카>가 서서히 스며드는 영화 같을까.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봐야 하는데 걸려있는 극장이 몇 없다. 엉엉 웁니다.


 2. 전 세계 1위라는 지금 우리 학교는

2화까지 보다가 껐다. <킹덤> 때도 느꼈지만 좀비물은 <월드워 제트> 빼고는 나와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좀비에 열광하는 것일까. 물론 좀비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나만의 주문법으로 애써 좀비를 분장 잔뜩 한 사람이라고 되뇌며 잔인함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1화에 나온 불필요한 성폭력 장면과 전개의 루즈함 때문에 이 드라마를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감독의 전전전 전작 <역린>에서 느낀 루즈함을 이 작품에서도 또 느꼈다. 끝까지 안 봐서 개인적으로 끝까지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드라마.


3. 간만의 귀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일단 사극에서 여주인공이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져서 좋았고 준호의 낮은 음성과 출중한 연기력 덕분에 몰입하면서 왕 앓이를 오래간만에 했다. 이 드라마는 뺄셈의 미학을 잘 실천한 드라마다.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생략과 절제를 너무나도 잘 구사하여 만든 드라마로 지루할 틈이 없다. 심지어 로맨스 드라마에서 키스신이 후반부에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이전에 각 캐릭터에 부여된 서사가 탄탄하다. 17%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할 만하다.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드라마인 데다가 홍국영이란 인물의 잘생김을 처음으로 부각한 드라마다. 개인적으로 응답하라 1988에서 느껴지는 옹기종기, 아기자기함(이 표현이 맞을는지 모르겠으나)의 분위기를 사극에서 표현해낸 따뜻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4. 2022 신춘문예 당선작들

당선작들 중 유영은 작가의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좋았다. 문체도 그렇고 술술 잘 읽혀서 좋았으며 큰 의미를 넣지 않으려고 해서 좋았던 소설이었다. 문장 중간중간에 피식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 내가 만약 소설을 쓰게 된다면 나 역시 <퍼레이드를 기다리는 시간> 같은 냄새가 나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의미보다는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함흥냉면보다는 심심한 평양냉면 같은 글을 쓰고 싶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평양냉면을 싫어하는 게 함정. 박상영 작가의 오토 픽션 스타일의 소설을 쓰고 싶다. <밀리의 서재>로 박상영 작가님 월요일마다 올라오는 에세이 읽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다. 나는 어쩜 좋아. 박상영 작가한테 푹 빠졌어요. 그 이외에도 장르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올해는 책을 많이 읽기로 다짐했는데 한 달 지났는데 그 다짐이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 듯하다. 작년에 여러 소설가들이 극찬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은 1/4 정도 읽었는데 벌써부터 따뜻해서 좋다. 전기장판, 온수매트 없어도 이 책 하나만 있다면 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살포시 들었다.


덧, 논란의 솔로 지옥을 재미있게 봤다. 나는 <나는 솔로>류의 콘텐츠보다 <하트 시그널>, <솔로 지옥> 등 치장이 가미된 동떨어진 샤랄라 환상 덕지덕지 예능을 더 좋아한다. 메기로 나온 차현승의 분량이 너무 아쉬웠다. <그 해 우리는>은 띄엄띄엄 보았으나 두 배우의 케미가 환상적이었고 드라마 구성 역시 기존 드라마와는 달라서 좋았다. 엄마 따라 정주행 했던 <엉클>도 한국에 맞게 리메이크를 잘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신사와 아가씨>는 무의식적으로 보게 되는 주말 드라마 나름의 재미가 있다. 혼잣말의 향연이지만 한국드라마에는 의외로 혼잣말 씬이 많다. 나 생각보다 드라마 올해 많이 봤구나? 넷플이 <모럴 센스>를 어서 빨리 내 놓아주면 좋겠다. 2월 11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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