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과테말라도 커피가 유명하고 멕시코 치아파스도 커피가 유명하고 콜롬비아도 커피가 유명하다. 커피가 유명하다는 곳에서 원두를 사 봤고 선물도 해 봤지만 어느 누구도 막 엄청 맛있어 죽겠다는 피드백을 주지 않아서 비엔나에서도 율리어스 마이늘 원두 몇 개만 샀고 현지에서의 커피 맛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먹는 아인슈페너가 현지의 아인슈페너보다 낫단 말이 뭔 말인지 알겠다. 비엔나커피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과 아인슈페너 말고 카페 라테 혹은 멜란쥐를 먹으라는 말을 들었던 터라 정말 기대 1도 안 했다. 그래도 3대 카페라는 곳을 직접 찾아가서 내 미각으로 커피맛과 디저트맛을 평가하고 싶었다.
비엔나에서 꼭 가 보아야 할 곳으로 나오는 3대 카페 '카페 자허' '카페 센트럴' '카페 데멜'의 커피 가격과 디저트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지런히 세 카페 모두 갔으며 '카페 데멜'을 갈 것을 추천한다. 기다리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나는 '카페 센트럴'과 '카페 데멜'의 오픈 시간에 맞춰서 아침 일찍 브런치를 먹을 겸 찾아갔으며 '카페 자허'의 경우, 첫째 날에 도착해서 무지크 페어라인에서 공연을 보고 나나 후 따뜻하게 몸도 녹일 겸 카페 자허를 무작정 찾아갔다. 호텔 1층에 있어서인지 느낌도 고풍스럽다. 단순한 초콜릿 케이크가 아니라 살구잼이 발린 초콜릿 케이크라길래 기대를 했을 것 같지만 기대를 1도 안 했다. 사실 초콜릿 케이크보다는 치즈 케이크를 좋아해서 정말 큰 기대를 안 했다. 그리고 블로그의 대다수 후기들이 너무 달아서 별로라고 해서 그냥 경험해 본다 생각하고 시켰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정말 단순 초콜릿 케이크랑 다르게 살구잼이 조금 들어가니 느끼함이 덜 했다.
시계방향으로 카페 자허,데멜, 센트럴
'카페 자허'에서는 자허 토르테와 멜란쥐를 시켰는데 커피는 별로였다. 서비스도 조금 깐깐했다. '카페 센트럴'의 경우 7시 30분에 연다고 해서 7시 20분부터 카페 주변을 서성였는데 진짜 7시 30분에 딱 열어주는 것을 보면서 자비란 없는 칼 같은 유럽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는 애플 스트루를 시켜 보았는데 밀가루 맛만 났다. 애플파이 비롯 애플주스도 좋아하는 나는 맹숭맹숭한 밀가루 맛만 나는 이 디저트를 먹으면서 왜 이것을 시켰는가 하며 스스로를 원망했다. 커피는 센트럴 시그니처 메뉴인 센트럴 커피를 시켰는데 세 카페 중에서는 커피 맛이 제일 괜찮았다. 프로이트가 자주 갔던 카페라고 해서 또 심리학자를 좋아하는 나는 쿠바에서 헤밍웨이 생가 갔을 때처럼 프로이트가 앉아서 무언가를 끄적이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곳에서 내게는 아무런 영감도 생기질 않더라. 세 카페 모두 콘센트가 없어서 너무 답답했는데 그 자리에 앉아서 배터리가 줄어드는 줄도 모르고 쇤부른 궁전 그랜드 투어를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이것저것 끄적이면서 배터리를 소진시켜버렸다. 나처럼 기다리기 싫어서 혼자 혹은 같이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길치인 나는 카페 센트럴을 찾아 헤맸다면 극찬해 마지않는 카페 데멜은 전혀 헤매지 않았다. 이 카페는 세 번째 날 아침에 8시 30분 즈음 갔는데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안나 토르테'와 '아인슈페너'를 시켰다. 안나 토르테 먹고 고디바에 버금가는 이 초콜릿 케이크 어쩜 좋아! 하면서 행복에 겨워했다. 올해 먹은 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다. 안나 토르테는 솔드아웃이 빨리 된다고 하니 나처럼 일찍 가서 꼭 먹어보길 권한다. 실제로 왕실에 케이크를 납품했다고 하더니 진짜로 맛이 일품이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데 웬만해서는 초콜릿 케이크 위에 데코 된 초코는 먹지 않는데 너무 맛있어서 깔끔하게 비웠다. 맛있는 디저트로 인해 하루의 시작이 그렇게 상쾌하고 행복할 줄이야, 그러고 벨베데레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클림트와 에곤 실레의 그림들을 보면서 방긋방긋 웃고 다녔다. 음식이 주는 만족감이 이렇게 크다. 사실 커피의 경우 '아인슈페너'를 시킬지 '멜란지 커피'를 시킬지 고민했다. 사람들이 꼭 멜란지를 시켜야 된다고 했지만 안 시켜 본 커피를 시켜보고 싶어서 '아인슈페너'를 시켰는데 그냥 그랬다. 때로는 후기들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처럼 시간이 많아서 세 카페를 다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카페 데멜'을 꼭 가서 안나 토르테를 먹을 것을 권한다. 다른 케이크들도 맛있어 보이니 테이크 아웃 해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실제로 현지인들은 아침부터 테이크 아웃해갔고 주문받은 케이크들이 상자에 포장되는 것들을 보면서 이 곳 케이크의 비법을 전수받고 싶을 정도였다. 케이크야 그렇다 치고 사실 커피는 잘츠부르크에서 갔던 스타벅스 커피도 쏘쏘였다. 제일 맛있었던 커피는 잘츠부르크에서 두 번이나 들렀던 back werk 여기서 샀던 카페 라테였다. Back Werk는 잘츠부르크에 있는 로컬 빵집인데 Bugerlist 옆에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는 콘센트도 있어서 충전을 하면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빵들도 종류가 많아서 슈니첼이 든 바게트도 괜찮고 야채와 햄이 섞인 조합도 괜찮다. 사실 빵의 퀄리티는 잘츠부르크보다는 비엔나가 훨씬 낫다. 잘츠의 Back Werk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비엔나에서 볼 수 있는 Anker나 Stock의 빵 퀄리티보다는 못하지만 잘츠부르크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같다.
Anker의 햄 계란 크루아상 두 번 세 번 네 번 먹어볼 것!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빵이 정말 맛있는데 비엔나에서는 Anker에서 먹었던 크루아상(햄+삶은 계란+상추+치즈)과 Stock에서 먹었던 크러핀(머핀+크루아상), 치아바타(모차렐라 치즈+토마토)는 꼭 먹어보기를 바란다. 심지어 너무 배불러서 반만 먹고 남겨뒀던 치아바타가 다음 날 더 맛있어서 감동이었다. 처음에 먹을 때는 신선해서 좋지만 다음날은 또 다른 느낌의 맛이 난다. 숙성된 느낌이랄까. 심지어 잘츠부르크 갈 때 샀던 크루아상이 너무 맛있어서 반만 먹고 남겨두려다 기차에서 단숨에 먹어버려서 조금은 민망했다. 내 맞은편의 이쁜 오스트리아인은 한 입 베물고 커피 마시고 또 우아하게 한 입 베물다가 배가 부른 지 다시 넣더니 창가를 보며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더라고. 빵을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6유로에서 8유로의 행복으로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한가. 우리나라 디저트들은 Anker의 크루아상과 카페 데멜의 안나 토르테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하나, 더!!
사실 카페 카프카를 엄청 가고 싶었다. 그런데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후기가 있어서 망설였고 실내 흡연을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었다. 로컬 느낌을 받고 싶다면 가 보라는 블로그도 있었고 자허 토르테가 3대 카페는 터무니없이 비싼데 가격도 무난한데 나쁘지 않다고 했다. 카페 카프카가 Alt&New 레코드샵 근처여서 쉽게 찾아는 갔는데 앞에 막상 가니까 정말 보헤미안 스타일의 현지인만 가득하고 외국인은 아무도 없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조금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들어갈 걸 싶다. 또 모르지 않나. 거기서 내가 카프카에 버금가는 문학가를 만나게 되었을 줄, 그리고 또... 그런데 들어가지 않았으니 여전히 아쉽다. 누군가가 나 대신 카프카에 가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