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_ 영혼의 온도 _ 21

by 성요셉



네가 보는 데서 떨어지면 안 되는 거였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씨뱅크 얘기에 유건은 쓸쓸한 눈으로 다미를 내려다봤다.


“왜?”

“자기 발 다친 거 고쳐야지. 예약했어.”


유건이 감정 동요 없이 다미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내 얼굴 뭐 묻었어?”


다미는 장갑 낀 손으로 얼어붙은 볼을 더듬거렸다.


“아니, 예뻐서.”


다미는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기야. 나 할 말 있어.”

“나도 할 말 있는데.”

“그래? 자기부터 말해.”

“나, 트랜스휴먼 가입 전부터 자살을 생각했어. 초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으니까.”


유건의 고백에 다미는 커피를 힘겹게 삼켰다.


“하지만 나 후회하지 않아. 아니, 만족해. 이 삶을.”

“자기만…….”


다미는 원망 섞인 목소리를 나직이 흘렸다. 유건은 다미의 마음을 아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자기한테도 강요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돼버린 거.”

“그렇지.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돼버린 거…….”


다미는 유건의 말을 자기식대로 해석했다. 다미는 무거운 공기를 들어 올리며 힘차게 일어나 엉덩이를 털고 핸드폰을 들어 전경 사진을 찍었다. 이 무거운 공기를 일으키기 위해 임신 사실을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같이 찍자.”


다미와 유건이 산을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프레임 속에는 두 사람의 장난기와 미소가 가득 찼다.


“내가 자기 사진 찍어줄게. 앞으로 서 봐.”


유건이 핸드폰을 건네받으면 다미가 뒤로 물러서서 포즈를 취했다.


“조금 뒤로,”


다미가 뒤로 물러서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됐어?”

“아니, 좀 더. 앵글이 안 나와.”


다미가 유건의 말대로 뒤로 물러서는데 아슬아슬하다.


“조금만 뒤로.”

“적당히 해두 되에……아악!”


다미가 그대로 미끄러졌다. 놀란 유건이 달려와 바위에 간신히 매달린 다미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괜찮아?”

“아악. 빨리 올려줘.”


유건이 말없이 다미를 내려다보았다. 발버둥 치는 다미의 표정이 점점 얼어붙었다.


“뭐 해. 자기야. 무섭단 말이야.”


유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보는 데서 떨어지면 안 되는 거였는데, 상처 줘서 미안해.”

“뭐?”


다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유건은 말없이 다미의 손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풀어주었다. 비명을 지르며 떨어지는 다미와 유건의 시선이 날카롭게 부딪혔다. 그리고 바닥에 툭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메아리처럼 올라왔다. 떨어지는 내내 울리던 다미의 비명도 영원히 사라졌다. 하지만 유건의 표정엔 슬픔도 눈물도 없었다.


“관리자가 죽어야 양도가 된다잖아.”


유건이 바닥에 떨어진 다미의 핸드폰을 쥐고 바위 위에 앉았다. 아직 화면이 떠있었다.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면 산행을 하며 찍었던 다미의 미소가 담겨있었다. 유건이 마지막 사진을 넘기면 영상이 나왔다. 유건이 플레이를 눌렀다. 다미가 차 안에서 임신 테스터기를 흔들며 찍은 영상이었다. 화면에서 다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 아이가 생겼어. 우리 아이. 꺄악. 이제 우리 부모가 되는 거야! 자기야 사랑해!”


한동안 멍청히 앉아 있던 유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건의 표정은 변함이 없이 건조했다. 유건은 다미가 떨어진 곳에 핸드폰을 툭 떨어뜨리고 돌아섰다.


기상청 예보와 다르게 눈 대신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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