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2. 소설 [크눌프] (16)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5)
① 말의 두려움 (3)
봄을 보낸 크눌프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른 봄 크눌프는 일생일대의 경험을 합니다.
세상을 보는 크눌프의 시선이 바뀌게 됩니다.
먼저 말에 대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크눌프가 세상에서 사라집니다.
크눌프의 입에서 나온 말이 검열의 과정을 거칩니다.
‘나’의 의중이 크눌프가 한 말보다 비중이 높습니다.
크눌프의 모든 말은 ‘나’의 입을 통해 전달됩니다.
‘나’는 크눌프의 전달자이며 검열관이고 대변인입니다.
더는 크눌프가 직접 대중과 만날 일이 없습니다.
전할 말이 있으면 ‘나’를 통해야 합니다.
‘나’가 괜찮네 해야 그의 의중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크눌프가 말을 두려워한 순간 대변자, 검열관, 전달자가 아우성치며 몫을 달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말이 줄어든 건 아닙니다.
아직도 말은 청산유수입니다.
‘나’에게 했던 말을 종합하면 모두 좋은 내용입니다.
흠잡을 데 없습니다.
검열관은 그에게 이렇게 말도 했습니다.
“당신은 사상가나 교수가 되어야 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데 혼자 듣기가 아까웠습니다.
열심히 받아 적습니다.
뿌듯한 마음에 그런 소리가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크눌프의 얼굴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생기가 없습니다.
어깨가 처진 것도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입이 쉬지 않는데 연신 손을 주무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