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2. 소설 [크눌프] (18)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7)
② 지식의 두려움 (2)
나무를 숨기는 방법으로 숲을 이용한다고 했습니다.
말은 어떻게 숨길까?
비슷한 방법을 씁니다.
말로 말을 감추는 것입니다.
셋만 이야기해도 되는 데 삼십을 말하는 방식입니다.
한계점을 넘으면 말이 말로 들리지 않습니다.
머리에서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 짖어라, 시간아 가라.
당사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듣는 것이 고역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의도가 통합니다.
말을 말로 감추는 데 성공합니다.
말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말이 의미를 상실합니다.
거짓을 이야기하려 말로 말을 감추는 전략을 씁니다.
교묘히 말 속에 말을 섞습니다.
앞뒤로 말을 갖다 붙입니다.
전술이 펼쳐집니다.
들었지만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한마디가 10분이 되고, 10분이 1시간을 넘습니다.
전술에 말려들고 맙니다.
말을 말에 감추고 모른 체합니다.
크눌프가 그랬습니다.
크눌프는 말로 말을 감추려 했습니다.
크눌프의 머리에서 많은 말이 나옵니다.
크눌프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 생각을 늘어놓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그의 말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딱히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화 상대가 보이면 말을 터뜨렸습니다.
시간을 정해놓은 게 아니라 언제 끝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나’가 했던 ‘당신은 사상가나 교수가 되어야 했습니다’라는 크눌프의 말이 끝나길 기대하고 던진 탄식이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