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크눌프 28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by 초록 라디오

2. 소설 [크눌프] (22)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11)


③ 관계의 두려움 (2)

‘나’와 크눌프가 대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 주도권을 쥔 쪽은 크눌프이었습니다.

크눌프가 주로 말을 했고 ‘나’의 역할은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들었던 바와 같이 크눌프는 말재주가 있었습니다.

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수긍이 가며 듣기 좋았습니다.

크눌프의 얼굴이 활기를 띠었습니다.

눈도 생기가 돌았습니다.

얼마 뒤 크눌프는 ‘나’의 질문을 받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얼굴에 마뜩잖다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왜’하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질문이 그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조금씩 말을 늘려갔습니다.

둘의 관계에 변화가 생깁니다.

말하는 사람의 비중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나’가 주도권을 쥐고 크눌프가 듣는 사람이 됩니다.

관계가 뒤틀려 버린 것입니다.

머뭇거리는 와중에 상황이 역전되었습니다.

크눌프는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지, 관계가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없었습니다.

언제 올지도 모르고, 어떻게 작용할지도 몰랐고 실제 닥칠지 알 수 없었기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