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3. 끝 (13)
신은 크눌프에게 ‘나’를 소개합니다.
됨됨이가 어떻고 심지가 어떤지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영웅 자격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더 고행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영웅은 난 사람이기에 시험을 받아야 합니다.
‘나’는 지상에서 크눌프를 직접 시험하고자 했습니다.
질문하고 답 듣고 반론을 하며 크눌프를 심사했습니다.
‘나’는 겉으로 표를 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신의 다른 모습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은 이미 크눌프를 꽤 뚫고 있었지만, 직접 그를 보고 싶었습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대화를 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신은 부처님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크눌프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크눌프는 시험의 대상이었습니다.
‘나’는 결심을 합니다.
크눌프를 황야에서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나’의 결정은 크눌프의 좌절로 이어집니다.
크눌프의 좌절은 두려움을 낳았습니다.
두려움은 현실을 깨닫게 합니다.
현실은 크눌프가 감내해야 할 대상입니다.
‘나’가 내민 대상이 만만치 않아 크눌프가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이었습니다.
‘나’의 결심은 신의 결심이 됩니다.
신은 크눌프의 귀향을 명령합니다.
‘나’는 크눌프의 귀향을 유도합니다.
신과 ‘나’는 하나가 되어 움직이었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크눌프를 보살피는 일입니다.
신의 결심은 곧 ‘나’의 결심이라고 했습니다.
신은 인간 크눌프를 거둡니다.
실패자 크눌프가 아니라 인간, 사람의 아들 크눌프로 데려간 것입니다.
크눌프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나그네가 그의 운명이었습니다.
영웅이 될 기회가 있었지만, 그에게는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크눌프는 ‘나’와 신이 내린 운명에 순응합니다.
거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나’와 헤어진 인간 크눌프는 고향에서 ‘나’의 다른 모습 신을 만나게 됩니다.
‘나’에 익숙한 탓에 신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신과 인간의 만남은 드문 일이라 신기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