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3. 끝 (19)
신은 소리로 전합니다.
이 모든 것이 ‘우연히’ 일어났습니다.
크눌프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신을 만났던 것도 우연한 일입니다.
말을 나눈 것도 우연한 일이었고 고백도 우연히 했던 것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것 또한 우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에 오른 것도 우연입니다.
그때 그 장소가 우연한 것이었고 이 모든 게 우연에서 출발했습니다.
신은 ‘나’의 다른 모습입니다.
‘나’가 크눌프를 만났던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신이 산에서 크눌프를 만났던 건 우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크눌프에게 우연이었지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습니다.
우연(偶然)이 거듭하면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필연(必然)의 다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과 크눌프가 만나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가수 이정선의 ‘우연히’입니다.
분위기가 크눌프와 어울립니다.
사랑 노래이지만 ‘우연’이 계기가 되어, 상황과 심정이 바뀐다는 점에서 크눌프와 연관이 있습니다.
소리가 중매하고 노래가 그림을 그립니다.
어색한 듯 잘 어울려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서로의 만남이 의미 있어 보입니다.
‘우연히’
이정선의 1985년 7집 [30대] 수록곡입니다.
‘그녀가 처음 울던 날’, ‘건널 수 없는 강’과 더불어 이 앨범의 대표곡으로 꼽힙니다.
앨범 [30대]는 1998년 시완 레코드에서 재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