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3. 끝 (24)
④ 의지- 1
크눌프의 의지는 곧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나그네 삶이 부끄럽지 않은 까닭입니다.
누구에게 피해 주지 않았고 누구의 것을 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 운명인 걸 깨닫고 길을 나섰습니다.
겉으로 영웅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았지만 딱히 목적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할 것 같아 여행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게 그의 의지이었습니다.
의지의 실현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관심은 형태가 되고 형태는 모습을 나았습니다.
모습은 크눌프의 전형이 되어 비추었습니다.
시선이 달라지고 대접이 바뀌었습니다.
인간의 아들 크눌프가 주변의 변화에 반응합니다.
멋쟁이, 지식인 크눌프로 나타납니다.
때론 영웅 크눌프가 되기도 합니다.
약속의 의미를 까먹고 사람의 말을 믿지 않던 크눌프는 깨달음으로 그 공백을 채워야 했습니다.
자초한 고행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그의 의지는 탄탄했습니다.
지식이 붙고 인기가 넘쳐도 의지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깨달음이 공허를 대신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의지로 버티고 채울 뿐입니다.
의지가 흔들릴 때 크눌프의 존재가 흔들리게 되어 있습니다.
의지는 크눌프의 실존이기 때문입니다.
죽지 않으려고 의지에 매달려 있는 것입니다.
손을 놓으면 끝납니다.
존재가치가 없어지고 실존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됩니다.
크눌프라는 인간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