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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해 Jun 26. 2020

HTC53 약을 먹기 전에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모두 잊어버리고 말 테니까

여기 몇 가지를 적어 둘게.


처음 만나는 동갑 친구에게 말을 걸기 두려워했던 교실을

어느날 어른이 되어 있을까봐 헤어지는 등을 한참 쳐다봤던 오후를

네가 날 싫어할까봐 누군가를 처음 질투했던 때를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는 걸 안 성년의 다음 해

아무것도 아닌 게 탄로날까봐 가슴 졸였던 나날들을

그런데도 읽어 내려간 너무 많은 책들과

그만큼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이야기들 속에서

어느날 너를 다시는 볼 수 없게되고

이 모든게 처음부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벌써 가져버린 시간보다 작아져버린 앞으로의 시간을 불안하게 새야만 했던

잠들지 못한 그 모든 밤

끝내 알지 못할 이름이라 좋았던 모든 별들

내 세상에 가장 잔인하고 선명한 반짝임들아

안녕, 나였던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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