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 Nov 17. 2019

올해의 생일

작년 생일에는 어떻게 하면 생일 하루를 온전하게 내 것으로 보낼 수 있을까에 집중했었다. 그날 하루를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우는 것에 주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는 조금 달랐다. 생일이 다가오기 며칠 전부터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해보았으나 크게 하고 싶은 것은 없었고, 그저 집에 일찍 퇴근해서 잠을 좀 더 자고 싶었다. 딱히 바라는 것이 없었다. 내 삶이 아주 충만해서 더 바랄 게 없는 상태는 아니고, 공허함에 더 가까울 것이다.

그래도 이런 공허함 속에서 내가 생명을 잘 이어오고 있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는 더 바랄 것이 없으니, 이번 생일은 주위 사람들을 좀 더 살피자고 마음먹었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주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한 주를 보냈다.






생일 아침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공허함은 여전했고, 출근하는 길에 비둘기 사체를 보고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다. 생일임에도 유독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생일이어도 조용한 휴대폰을 보며 쓸쓸함을 느끼다가도, 내가 꼭 누군가에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면 어떠랴, 누군가에게 얽매이거나 속박받지 않고 하지도 않는 무심한 인물로 생을 마감하더라도 그것조차 나다운 인생이라 생각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소소하지만 계획했던 선물을 보냈다. 오늘 하루 중 가장 의미 있고 좋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주려고 했는데 되려 평소보다도 더 많이 받은 생일이 되었다. 내가 상대를 생각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더 생각하게 되는 걸까.

친구들과 전화를 하고, 자기 전에는 친구에게 추천받은 영화를 감상하고 잠들었다.



올해 생일은 이렇게 지나갔다. 바쁘게 살다가도 문득 생일이 다가오면 멈춰서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매년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생일을 보내고 있다. 내년에는 또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나의 생에는 몇 번의 생일이 남았을까.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있을 수많은 생일도 각양각색의 보석 같은 하루들로 채우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무기력, 그리고 이직을 내려놓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