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직장에서 조금 서글픈 일이 있었다. 그렇다고 많이 우울해한 것은 아니고, 조금은 덤덤했다. 그래, 직업은 생계일 뿐이라고, 너무 많은 기대를 품지 말자고 내려놓는 마음을 가졌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자신의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중학생들을 보고 선생님께서는
하고 싶은 직업이 없으면, 그나마 싫지 않은 직업을 고르라고 하셨다.
내 삶이 꼭 마음에 들고, 아름다운 것들로만 채워져야 한다는 것은 한낱 평범한 자신의 삶을 너무 확대 해석하고 과대평가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때론 적당히 괜찮은 정도에 만족해야 할 순간도 있다.
지금의 직업은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망칠 만큼 싫은 곳은 아니다.
그나마 싫지 않은 직업, 그쯤이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아서 지금의 내가 실패한 인생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찰나, 중학교 때의 그 담임 선생님이라면 지금의 나를 보시고 그 정도면 괜찮아, 꼭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아도 돼, 싫지 않은 정도면 충분한 거야, 라고 생각하실 것만 같아서 그분이 아련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