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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Dec 28. 2018

삶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담백해진다

Copyright 2018. chanmilim.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시작하였으나 끝내지 못한 수많은 문장들이 나에게 있다. 그것은 편린의 단어들. 완성의 고지를 감히 넘어 볼 수도 없는 잔챙이의 것들. 뱃속에서 부글거리는 미배설의 것들. 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변명하며 스스로의 주저함을 정당화하는 새애 삼십의 고지를 훌쩍 넘어 서 버렸다. 


그 사이 나는 부끄럼쟁이가 되어버렸고, 회의주의자가 되었다. 소유하고 싶은 것과 되고자 하는 욕망들의 목록은 날로 늘어만 갔다. 여태껏 그래 왔듯 그것을 손에 쥐기 위해 손 하나 까딱 않고 가만히 앉아 무얼 갖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만 골몰했다. 나는 그 고민뿐인 시간들이 나에게 붕어빵 하나 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소원하는 것들을 위해 남들과 같은 속도로 세상을 걸어 나가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결심한다. 나도 잘 안다. 결심은 언제나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괴롭히는 상념에서 벗어나 단 한 가지의 숭고함만을 바라보고자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법칙에 맞추어 삶을 담백하게 만들면 우주를 관장하는 법칙도 그리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고독은 고독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빈곤과 약점 역시 더 이상 빈곤과 약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공중에 성채를 짓는다고 해도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다.'라고 그의 책 '월든'에서 말했다. 삶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담백해진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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