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였으나 끝내지 못한 수많은 문장들이 나에게 있다. 그것은 편린의 단어들. 완성의 고지를 감히 넘어 볼 수도 없는 잔챙이의 것들. 뱃속에서 부글거리는 미배설의 것들. 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변명하며 스스로의 주저함을 정당화하는 새애 삼십의 고지를 훌쩍 넘어 서 버렸다.
그 사이 나는 부끄럼쟁이가 되어버렸고, 회의주의자가 되었다. 소유하고 싶은 것과 되고자 하는 욕망들의 목록은 날로 늘어만 갔다. 여태껏 그래 왔듯 그것을 손에 쥐기 위해 손 하나 까딱 않고 가만히 앉아 무얼 갖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서만 골몰했다. 나는 그 고민뿐인 시간들이 나에게 붕어빵 하나 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소원하는 것들을 위해 남들과 같은 속도로 세상을 걸어 나가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결심한다. 나도 잘 안다. 결심은 언제나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괴롭히는 상념에서 벗어나 단 한 가지의 숭고함만을 바라보고자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법칙에 맞추어 삶을 담백하게 만들면 우주를 관장하는 법칙도 그리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고독은 고독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빈곤과 약점 역시 더 이상 빈곤과 약점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공중에 성채를 짓는다고 해도 그의 노력은 헛되지 않다.'라고 그의 책 '월든'에서 말했다. 삶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담백해진다. 나는 살아 있는 동안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