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창문을 열어 놓았다. 열어 둔 문 틈의 사이만큼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옆에는 따뜻한 차 한 잔이 있고, 핸드폰에서는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는 음악이 흐른다. 이렇듯 사소한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며 글을 쓴다. 나는 요즘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말한다. 계속해서, 거듭해서 이 행복을 무언의 기분에서 그치지 아니하고, 글로써 말로써 표현하고 싶어 한다. 별 일 없음이 기쁘다. 주체적으로 나의 하루를 자신이 통솔할 수 있음이 좋다. 기약 없는, 보장 없는 삶이 불안하지 않다. 아마도 아직 통장의 잔고가 조금이나마 남아서겠지만 말이다. 전처럼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불현듯 부딪히지 않는다. 앞을 보고 걷기 때문이다. 바닥에 떨구었던 시야를 들어 좀 더 멀리 바라본다.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좋은 사람 앞에서는 결계 없이 군다. 앞에 있는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지 않는다.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만이 제일 중요한 것이 되었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며 웃는다. 요즘의 내가 나는 아주 마음에 든다. 파마를 했다. 머릿결이 무척이나 상했지만 상관없다. 앞머리를 짧게 잘랐다. 엄마가 안 어울린다고 말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에게 아주 잘 어울린다. 그거면 됐다. 여전히 밤이면 잠에 푹 들지는 못하지만 애써 잠들려 노력하지 않는다. 깨어있는 시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귀여운 동물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며 시간을 때우고,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내일 어떤 것을 그릴까 상상도 해본다. 그러다 보면 제 풀에 지쳐 잠이 든다. 그렇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내가 원하는 대로 내던진다. 내가 앞으로 또 어떤 변덕을 부릴지 굳이 지금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저 관망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유일하고 아주 좋은 친구가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