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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May 02. 2019

시린 행성


며칠 전부터 이가 시렸다

치과에 갔더니 

이가 썩을 대로 썩어 빼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의사가 힐난조로 다그쳤다


오늘은 이를 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금일은 시간이 없어서 

내일 오겠다 했다


내일은 꼭 오셔야 한다는 

의사의 말과 함께

치과 문을 나섰다


실은 시간이 없는 일 따위는 없었다

평생 나는 바쁜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다음 날이 되었다

내일이 된 것이다

치과를 가지 않고

빙수집에 갔다


썩은 이에 떡이 붙었다

혀를 굴려 떡을 떼려고 하는데

이가 떡에 맞물려 떨어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오도독하고 씹어버렸다


시린 이가 

목울대를 넘어 뱃속으로 넘어가버렸다

빙수집 문을 나서는데

비릿한 피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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