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에 우두커니 선 여자를 바라본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바람결에 머리카락은 정처 없이 휘날리는데
그것이 입에 들어가든 코에 들어가든
하나 개의치 않다는 듯이
미동도 없다.
난
그 여자가 퍽 외로워 보여
다른 이 하나를 그려 넣어 주었다.
그럼에도
그 여자가 퍽 우울해 보여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겨 주었다.
그렇게까지 하였음에도
그 여자가 참 지루해 보여
책 한 권을 손에 쥐어 주었다.
여자를 위해 하릴없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생각했다.
고심했다.
바깥에
좁은 문 하나를 그려 넣어 주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떠 보니
좁은 바깥문을 열고 나온 여자가
내 연필 옆에 누워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