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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Jun 13. 2019

좁은 바깥문


뙤약볕에 우두커니 선 여자를 바라본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바람결에 머리카락은 정처 없이 휘날리는데

그것이 입에 들어가든 코에 들어가든

하나 개의치 않다는 듯이

미동도 없다.


그 여자가 퍽 외로워 보여

다른 이 하나를 그려 넣어 주었다.


그럼에도 

그 여자가 퍽 우울해 보여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겨 주었다.


그렇게까지 하였음에도

그 여자가 참 지루해 보여

책 한 권을 손에 쥐어 주었다.


여자를 위해 하릴없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생각했다.

고심했다.


바깥에

좁은 문 하나를 그려 넣어 주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떠 보니

좁은 바깥문을 열고 나온 여자가

내 연필 옆에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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