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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May 15. 2018

요즘 난 좀 찌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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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난 좀 찌질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찌질하다의 정의를 찾아보니 '허접하다' 또는 '어설프다' 또는 '하찮다' 또는 '별 것도 아니다' 또는 '볼품없다' 등이 뜻'이라고 한다. 그래. 요즘 나는 허접했고, 어설펐으며 하찮았다. 것도 모자라서 별것도 아닌 일에 볼품없이 행동했다. 그래 이 모든 나의 행태를 집약하여 한마디로 하면 정말로 존나 찌질했다. 


나는 왜 찌질했는가. 아니오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에,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분수도 모르고 머리를 조아리고 굽신거리며 할 수 있다 오만을 부렸다. 내 감정을 억누르고 타인의 기대감에 부흥하려 오줌보까지 억눌러가며 자리에 앉아 일을 했다. 그리하여 어떤 결과에 이르렀는가. 결국 일은 보기 좋게 망했고, 매일 밤을 술 한잔과 알약 하나로 겨우 잠이 들었다. 화를 낼 수 있는 분풀이의 대상을 찾고 또 찾다가, 결국 제일 한심한 건 나 자신이라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었다. 내가 병신이었다. 자신을 속이고, 기만한 내 탓이었다. 찌질함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이제 그만 이 곳에서 떠나려 한다. 어느 곳에서든 이 찌질함이 완전히 벗겨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내 안에서 들끓는 이 무언가를 해봐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욕망이 가시질 않는다. 너무 오래 이렇게 찌질한 나 자신에게 익숙해지게 된다면, 난 정말 간장에 바짝 졸인 장아찌 신세가 될 것만 같다. 장아찌도 시간이 지나면 맛도 짭조름하고 괜찮지만, 너무 오래 삭히면 곰팡이가 피고 결국 음식물 쓰레기 통으로 향하고 만다. 너무 삭아버리기 전에, 무언가를 해야지. 안 그러면, 난 음식물 쓰레기 통에 쳐 박히고 말 거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지독한 냄새가 나한테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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