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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Jul 01. 2018

이제 얼굴을 찾을 시간

Copyright 2018. chanmilim.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지금 당장 거울 속 당신을 한 번 들여다보세요.

당신의 얼굴은 어떤 표정인가요?

무표정이라도, 그 형태는 충분히 읽을 수 있잖아요. 무표정함에 묻어있는 당신의 표정은 좋은 감정이 더 많이 깃들어 있는지요? 아님, 너무 많이 지쳐버린 탓에 일그러져 무너져 내렸나요? 저는 요즘 거울을 보지 않습니다. 얼굴이 사라져 버렸거든요. 내가 기억하는 나의 얼굴이 거울 속에 없어서, 거울을 방에서 치워버린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렇게 얼굴 없이 하루하루들을 그럭저럭 버텨내고 있던 나날들이에요. 


당신의 얼굴이 안녕하다면, 그건 정말 잘 된 일입니다. 당신은 당신으로써 잘 살고 계신 거거든요. 당신 삶의 주인으로써, 당신의 얼굴을 아주 잘 지키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러질 못하고 있어요. 나는 내 삶의 완전한 주체로써 독립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과정을 번복하고 또 번복하는 바람에 얼굴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얼굴을 찾고 싶어서, 요즘 생각이 많습니다. 나를 찾아보고 싶고, 나로서 살아보고 싶어요. 찾아낸 나의 얼굴이 아주 못생겨도 좋을 것 같아요. 나만 그 얼굴에 만족할 수 있다면 세상 사람들의 기준치에 한참 낮아도 무척이나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얼굴을 찾을 시간이에요.

비가 많이 오네요. 이 장마가 지나고 나면, 그리고 내 마음에 확신이 서면, 충분한 고민이 끝난 후에는 내 얼굴의 한 조각을 찾아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아집니다. 


얼굴을 찾게 된다면, 그때는 내 눈, 코, 입이 있는 자화상을 그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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