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검은 눈이 내렸다. 까맣게 물든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해 보였다. 거리에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래서 더 평온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거리에는 오직 나만 '홀로' 있었다. 나는 검은 눈이 오는 거리를 바라보았고, 그 눈 알갱이들을 한데 뭉쳐 검은 눈 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까만 벽에 눈 뭉치를 던지기도 하였다. 나는 까맣게 쌓인 눈 바닥에 굴렀다. 차갑지만 즐거웠다.
꿈에서 깨고 나니 이상했다. 분명 까만 눈이 내리는 꿈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꿈은 까맣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