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엄마의 하루

백수가 과로사한다.

by Vanlomo

2016년 겨울, 퇴사를 하고 나서 아직까지 직장이 없다. 직장이 없다는 것은 돈을 못 번다는 말이다.


’ 돈을 못 번다.‘ 누구도 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돈을 ‘안’ 버는 상황이 가끔은 비경제적으로 느껴지며 나 자신을 채찍 할 때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내 Job은 Full time mom, Homemaker 또는 Housemaker이다. 주부라는 말보다는 조금 나아 보일 때도 있다.


하루 종일 하는 집안일이라고는 가족들의 식사 및 도시락 준비, 빨래, 청소, 장보기, 분리수거, 중고거래 등이 있다. 아이 학교는 급식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고, 건강 챙길 겸 돈 아낄 겸 남편의 도시락을 싼다.


여기에도 물론 온라인 장보기가 있다. 하지만 실제 가서 사는 비용에 추가 비용과 배달 비용이 더 붙는다.

일주일에 두세 번 과일, 고기, 한국음식, 야채 등 장을 보는 곳도 여러 곳이다. 한국처럼 새벽배송, 컬리 등 편리함에 익숙한 한국분들은 장을 보러 가는 것이 마치 ‘사냥’ 나가는 것 같단다. 집에서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게 주문가능한 한국에 비해, 여기는 인력이 들어가면 무조건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비용을 아끼고자 스스로 움직인다. 물론, 내가 직장이 있고 저녁 늦게 들어오면 추가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배송을 시키는 것이 체력도 아끼고 경제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처럼 주부는 이렇게 함으로써 경제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일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얼마인지 모를 돈을 추가 발생시키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경제적이었다고 나는 돈을 번 것이라고 매 번 마음을 고쳐먹고 남편에게 어필한다.


나는 특별히 대단한 커리어를 쌓은 게 아니라면, 아이가 어릴 때에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후 이민을 온 상황이라 급격히 바뀌어가는 한국의 삶을 잘 알지 못한다. 장은 어떻게 보는지, 아이들은 뭘 싸서 다니는지(급식이 있다고 들었지만), 어떤 식으로 경제적으로 살아 가는지 사실은 모른다. 하지만 당연한 사실 하나, 가정마다 나름대로 경제적으로 어떻게든 아껴보려고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런데, 이제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며 3학년이 된 시점. 엄마라는 직업의 강도나 양이 서서히 줄어감을 느낀다. 이제는 다른 직업을 찾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이가 학교를 입학하고 난 후부터 근 몇 년간 벌써 머릿속으로는 서너 개의 직업이 왔다 갔지만, 이제는 진짜 시작해 보려고 학교를 등록했다. 캐나다에서 학교 하나쯤은 다녀보고 나이 50전에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게 내 새로운 목표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캐나다에서 한국어 과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