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한국어 과외하기

한국어쌤이 되다.

by Vanlomo

나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영주권자들을 위한 영어프로그램(LINC)에 등록하여 다녔다. 코로나 시기라서 모든 시험과 면접은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반이 결정된 후, 오랜만에 오프라인(In-Person) 수업이 진행되었다며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만난 선생님, 아주 오래전 영국에서 이민을 온 할머니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과거에 정신과 의사를 오랫동안 하셨는데, 그 당시에 일할 때보다 이민자를 위한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는 시간이 더 보람차고 값지다고 하셨다.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알 것 같다. 내가 그녀로 인해 영어에 대한 불안함이 많이 사라지기도 했고, 영어수업이지만 영어보다 꽤 많은 것을 배웠다. 그야말로 이민자가 캐나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은 수업이다. 선생님은 레벨 2(기초반)와 레벨 6(중상위) 수업을 맡아하셨는데 기초반은 모국어도 완벽히 알지 못하는 이민자 그리고 난민들이 많다고 하셨다. 그에 비해 레벨 6에는 자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생활도 조금은 여유로운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레벨 7-9는 전문학교(college)에서 진행했는데 대학준비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고 풀타임맘들이 가기에는 시간도 맞지 않았다. 아침 8시에 시작해 4시에 마치면서 숙제도 엄청 많다고 한다.

그렇게 1년을 지낸 후, 수료를 하였으나, 시간관계로 레벨 7은 못하겠고 대신 프랑스어(CLIC) 과정을 등록하여 현재까지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다. 왜 온라인이냐? 동부에 비해 서부에서는 불어를 많이 안 쓰고, 따라서 영주권 프로그램에서도 불어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기초반이다 보니 기초반만 2개로 개설되어있다고 한다. 나는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기도 했고 불어로 논문을 썼던 적도 있기 때문에 다행히도 중급이상이 나와서 오타와에 계신 선생님반으로 배정이 되었다.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오타와, 위니펙, 토론토에 거주 중인 친구들과 일 년째 1주에 한 번씩 불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프랑스어랑 영어 둘 중 한 개만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영어프로그램은 갈 수 없다. 또, 시민권을 갖게 되어도 이 프로그램은 종료된다.


불어 수업을 시작한 지 몇 달 됐을 무렵,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네가 클래스에서 나갔을 무렵 우리 반에 왔던 00 기억나니? 그 친구가 너에게 연락하고 싶은데 요새 학교에서 못 만났다고 내게 묻는데 연락처를 줘도 되겠니? “ 이런 문자였다.

그 친구는 아들이 우리 아이랑 같은 학교여서 종종 만나 인사했기 때문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는 그 친구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우리 딸이 한국문화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어 과외한 지 2 달인데, 한국어선생님이 멀리 가신다고 해서 대체할 선생님을 아무리 찾아도 이 동네엔 한국인이 참 없더라. 혹시 네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어. “

이런 메일을 받고 나서, 나도 답을 보냈다.

“너무 재밌다. 나도 선생님을 찾아보고 싶은데, 나조차도 이 동네에 아는 한국인이 없어. 혹시 괜찮으면 내가 해볼까? 주말에 1시간 반이면 나도 시간 낼 수 있을 것 같아. “

그러자 너무 좋다면서 순식간에 날짜를 정하고 첫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아이는 중3이었고, 한국 노래, 음식, 문화를 정말 많이 알고 있었다. 그 관심 덕분에 한국어 실력도 꽤 빠르게 늘었고 그 성장을 보며 가르치니 나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도 한국어가

거의 기초다 보니 수업의 80%는 영어로 진행해서 나도 참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6개월쯤 진행하고 아이가 고등학교를 가면서 그만뒀지만, 내게는 너무 따뜻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그 친구 덕분에 나도 케이팝 가수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문화가 전파되고 있는지 체감했다. 매주 토요일 1시간 반을 서로가 기다렸던 것 같다.


그 친구 앞에서 나는 한국가수, 음식, 패션, 뷰티에 대해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 심지어 팬들끼리 한국어 공부하는 모임도 있다고 한다. 엄청나구나 한국.

나 또한 모르던 한국어에 대해서도 되짚어 본 시간이기도 했다. 숫자 세는 방법이 이렇게 많은지 새삼 느끼게 되었고 종종 언어의 기원이 어디서 온 것인지 찾아보며 새롭게 깨달으며 배우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배움이라는 것은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둘 다 동등하게 배우는 경험인 것 같다. “우리 한국어쌤 고마워요.” 마지막 인사가 미소 짓게 만든다. 그리고 동네에서 우연하게 또 만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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