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순수한 초딩

8세, 매일의 루틴

by Vanlomo

아이는 오늘도 침대에 누워 엄마 아빠를 번갈아 부른다. “엄마, 아빠! 굿나잇 인사하러 와야죠!”

우리가 올 때까지 계속해서 부르는 것을 아니까 얼른 가서 하루의 끝을 함께한다. 뽀뽀는 2-30번 정도, 허그는 마지막에 나가기 전에 더 꽉 끌어안아야 끝이 난다.

어두움이 무서운 아이라 방문은 열어놓고 바깥은 은은한 불만 켜둔 채 10여분이 지나고 나면 천사처럼 잠든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난 그제야 아이의 방문을 닫는다.


아이가 100일이 될 때까지는 책에서 읽은 대로 행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수면교육, 100일의 기적, 루틴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느 정도는 엄하게, 아이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으면서도 규칙 있게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이 노력 때문에 너무나 힘들다. 내가 정해놓은 룰이 있는데 부모와 아이가 기계도 아니고 당연히 그대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 주변에서 누구는 이제 통잠을 잔다더라, 100일이 지나니 살만하다. 이러한 말들이 더 괴롭게 만들었던 것 같다. 우리 아이는 평균이었으면 좋겠고, 아니 평균보다 더 나았으면 하는 생각에 더욱 지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아이도 덩달아 너무 빨리 큰다. 우리도 돌아보면 어느새 부모와 떨어져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나와 내 아이도 그렇게 될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규칙 칼같이 지켜가며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멀리 내다보면 다급할 것이 없다. 그러니, 아이를 다 키운 조부모님들이 그렇게 너그럽겠지? 분명, 우리 어릴 때는 엄하던 부모님이었는데, 지금 손주들에게는 왜 저렇게 너그러운가 생각해 보면 조금은 알 것 같다. 어쩌면 그 규칙은 어른인 부모가 자유를 찾고자 매몰차게 행해지는 것도 있을 것이다. 내가 정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한은 아이의 어린 시절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받아 주려 한다. 충분히 안아주고 함께 울고 웃고 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샌가 내 품을 벗어날 때, 조금 덜 서운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잠든 아이의 부분 부분 거친 피부에 로션도 발라주고 따뜻한 발도 만지다가 어느새 이렇게 컸지 싶다가도 며칠 전 마트 수족관에 있는 꽃게들에게 해맑게 손 흔들며 인사하던 모습을 보면 만 8세에 이건 너무 순수한 거 아닌가? 괜찮은 건가? 싶을 때도 있다. 부모는 항상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존재이니까...


이렇게 너그러운 생각을 하다가도 하교 후, 아이가 돌아와서 규칙을 지키지 않고 떼를 쓸 때면 난 다시 그 규율을 지키게 하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모든 가정에서 일어나는 하루를 똑같이 겪고 있는 거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너무 조바심 내지 말자 매일매일 자기 전에 되뇐다. 자꾸만 남과 비교하려 하고 내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아이의 순수함도 나의 너그러운 마음도 점점 줄어들 것이니, 중심을 잡고 여유를 갖되, 하루에 잠깐이라도 아이의 생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으려고 한다. 아이는 자기 전 나에게 하루를 돌아보고 즐거웠던 일, 감사한 일, 안 좋았던 일을 술술 말해주는 고마운 시간을 준다. 이 루틴도 언제까지 진행될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 귀찮더라도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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