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21]
[Archive 021] 1996, Designed by Daewoo. ⓒ Dong Jin Kim
1991년 5월 24일, 정부는 2000년까지 과학기술 선진 7개국 진입을 주 골자로 하는 'G7 프로젝트'를 발표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TV, 반도체 등 미래산업을 대표할 7개 제품을 선정-개발해 기술의 질을 빨리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이 중에는 전기차 역시 포함되어 있었는데, 정부는 선정한 이유를 두고 '환경문제가 전 지구촌의 관심사항으로 부상하면서 저공해차 개발이 불가피해진 데다, 21세기에는 기존 자동차를 제치고 수송기기의 총아로 등장하는 것이 거의 확실시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 이면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의 자동차 배기 규제를 일찌감치 탈피하자는 실리적 측면도 내재되어 있었다.
정부가 전기차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대우자동차는 발 빠르게 프로젝트의 윤곽을 꾸려나갔다. 사실 현대와 기아차는 80년대 중반부터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상태였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대우차는 뒤늦게나마 부평연구소에 13명의 전기자동차 연구개발팀을 조직하고 1993년 12월엔 르망 밴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DEV-1을 선보인다. 이윽고 탄력이 붙은 대우차는 DEV-4를 통해 누구보다도 빠르게 전기차의 상용화에 도전했다.
DEV-4는 1996년 4월 20일 자 보도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이윽고 25일에는 '기술 대우의 날'을 맞아 부평공장에서 발대식을 가지고 시범 운행 및 전시 행사를 진행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외형은 얼핏 봐선 기존 대우 씨에로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렵지만, 사실 1995년 8월부터 9개월 동안 5억 8천만 원을 들여 개발한 전기차이다. 때문에 가솔린 1.5리터 DOHC 대신 센터 터널에 14 kWh 고성능 납산축전지를 장착했다. 델파이 산 배터리 22개를 직렬로 연결해 당시 주로 사용했던 니켈메탈 전지 대신 납산 축전지를 사용해 니켈메탈 전지 대비 1/10에 불과한 가격의 경제성과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했다. AC 모터와 IGBT 인버터는 독일 지멘스 사의 것을 유용했으며 공차중량은 종전 대비 400kg가 증가했다. 냉각은 수랭식으로 해결했다.
또한 회생제동 시스템을 채택해 주행 시엔 축전지의 전력이 소비되지만 제동 시엔 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대신하며 주행거리를 보완했다. 가정용 220V 전원으로 6시간, 외부 급속충전기로 15분 동안 완전 충전이 가능하며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300Km이다. 대우차는 동급 가솔린 엔진과 비교 시 6~8배 정도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물론 회사에서 공개한 제원에는 과장이 섞여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파워트레인으로 DEV-4는 최고 출력 95마력, 최고 시속 120Km/h, 최대토크 160Nm, 제로백 15초를 기록했다. 또한 대우 기전과 고등기술 연구원이 공동 개발한 전기차용 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하고 고성능 고압 타이어를 장착하는 등 전기차의 특성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브레이크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진공 펌프를 장착했다.
DEV-4가 종전의 국산 전기차들과 다른 점은 본격적으로 상용화를 염두한 차량이라는 것이다. 대우차는 소수의 인원이 손수 양산차를 재조립하던 기존 전기차의 수준에서 벗어나 기존 생산 라인에 동일한 공정을 거쳐 생산하되, 전기차 부품만 추후 장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리고 상용화를 목표로 주행 테스트와 형식 승인을 거쳐 국내에 시판하고자 했다. 총 10대가 시범 제작이 되었는데, 그중 3대는 1년 동안 사내 시험용으로 운행하고 나머지는 환경부, 한전 등에 공급하기로 했다. 개발에 참여한 고등기술연구원은 10대 중 2대를 용인시와 안성군 등지에서 1998년 4월부터 시험 운행을 시작해 전기자동차의 경제성을 연구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대우차는 실제로 정부로부터 무공해 전기자동차에 대한 형식 승인을 획득하고 DEV-4의 민간 판매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기존 씨에로의 3~5배에 이르는 구매가 때문에 실제 판매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민간 보급은 사실상 실패했지만, 단순히 기술 과시 수준에서 그치던 전기차의 상용화를 진지하게 고민하고자 한 시도는 박수받을 만하다.
1996.04.25~1996.04.25 : 제3회 기술 대우의 날 발대식 출품
현재 소재: 불명
한경뉴스 '대우자동차, 전기자동차 "DEV4" 개발' 1996.04.19
매일경제 '대우 무공해 전기자동차 실용화 성공' 1996.04.19
조선일보 '전기자동차 주문생산' 1996.04.20
한겨레 '대우 전기자동차 개발' 1996.04.20
경향신문 '전기차 DEV4 개발 대우차, 연내 생산' 1996.04.20
매일경제 '대우 신차개발 연구동 준공' 1996.04.26
동아일보 '대우 독자개발 전기차 시판' 1996.09.23
과학동아 '삐뚤어진 바퀴라야 바로 간다' 1996.10.01
동아일보 '고등기술연구원, 무공해 전기자동차 시험 운행' 1998.07.21
용인 백암버스터미널,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진천행 직행버스를 타면 1시간 남짓 걸리는 이곳에 내리면 하얀 씨에로 한 대가 눈에 들어온다. 전기를 먹으면 힘이 DEV4(Daewoo Electric Vehicle)다.
백암터미널과 용인연구센터의 8km 구간을 매일 8차례 연결하는 이 전기자동차는 매시 20분에 우리 연구원을 출입하는 연구원이나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고등기술연구원과 대우자동차가 공동개발하여, 시험운행중인 이 전기자동차는 일반 승용차와 같이 정부의 인 증을 획득하고 자동차세, 보험료 등을 지불하고 있는 등록차량이다.
백암-연구원간 셔틀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도 DEV4는 97년 가을 조선일보 춘천국제마라톤 98년 봄 서울여자국제마라톤에서 마라토너 지원차량 등으로 활약한 바 있다.
21세기무공해 차를 타고 20세기를 달리는 기분 만끽
겉보기엔 기존 생산라인에서 조립된 일반 씨에로와 별로 다를 바 없지만 속은 영 다르다. 우선 가솔린 대신 전기를 사용한다. 매연도 없고, 소음도 없다. 휘발유값과 전기료를 비교해 보면 연료비는 1/3값 밖에 안된다. (심야전력 이용시)게다가 일속차량이어서 변속시 턱턱하는 불편한 느낌도 전혀 찾을 수가 없다. 100km/h까지 도달시간 16초, 최고속도 125km. 보통 한 번 밧데리를 충전하면 100km는 족히 달린다. 밧데리를 충전하는 데는 보통 가정용 플러그 이용시 4-5시간,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30분이 걸린다.
DEV4는 이제 더 이상 실험실 속의 실험용 차가 아니다. 백암과 용인연구센터를 오가며 연구원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당당한 승용차다. 이제 이와 같은 Fleet Test를 거치고 나면 자기만의 설계와 디자인을 갖춘 전기자동차의 시대를 열 수 있다.
21세기 무공해차를 타고 20세기를 달리는 기분.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는 기분만큼이나 설렌다.<98.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