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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카 아카이브 Aug 09. 2021

다재다능한 별종 SUV,
대우 바다

[아카이브 프로젝트 : 3]

대우는 회사의 황혼을 SUV 컨셉트카로 마무리했다. ⓒ Daewoo

DAEWOO VADA 

[Archive 003] 2001, Designed by Daewoo Worthing Technical Center. ⓒ Dong Jin Kim

IMF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았던, 적어도 겉으론 그렇게 보였던 대우자동차는 1999년 12월 8일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며 세를 불렸다. 이윽고 대우차는 쌍용차의 신차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시키고 개발 인력을 모두 대우차로 이관시켜 SUV 라인업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대우차 산하에서도 개발 능력을 인정받은 '쌍용맨'들은 이후 착수한 SUV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지킬 수 있었다. 이 시절 개발된 차량이 훗날 렉스턴으로 출시된 Y-200으로, 초기형에서 대우차의 삼분할 그릴이 강인하게 자리 잡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실내는 만들어지지 않은 목업 모델이다.

물론 대우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당시 영국의 대우 워딩 테크니컬 센터 (DWTC)는 미래 (Mirae, 1999), 무시로 (Musiro, 2000) 등을 통해 'Versitile (다재다능)' 콘셉트를 시도하는 데에 한창이었다. 그들은 스포츠카의 성능과 핸들링, 그리고 SUV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을 갖춘 신세대 차량을 고안하게 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대우 바다 (Vada, 2001)다. 비록 외형만을 갖춘 목업 콘셉트카에 불과하지만, 바다는 대우 인수 이전부터 FSO가 생산 및 판매해 왔던 혼커 정도를 제외하면 대우 최초의 SUV임이 자명하다.


바다는 SUV의 능력을 충족시키기 위해 각종 첨단장치를 적용했다. 우선 ABS, 지능형 4륜 구동 시스템 등의 안정성 제어 기능이 적용되었는데, 특히 서스펜션 내부의 컴퓨터로 제어되는 공압식 지상고 조정 시스템은 폭넓은 휠 트래블 (휠의 상하 작동 가능 범위)과 등판능력을 제공하여 운전자가 오프로드 상황의 장애물들을 주파해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반면 온로드에서는 맥퍼슨 스트럿과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을 장착해 스포츠카의 스포티함을 유지한다.


도어 캐치가 낮은 곳에 위치한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치프 디자이너 '스튜어트 재이미슨 (Stuart Jamieson)'을 중심으로 '로랑 볼레이 (Laurent Boulay)', '크리스 밀번 (Chris Milburn)', '밥 무디 (Bob Mudie)', '라메시 베시 (Ramesh Bassi)', '가이 콜본 (Guy Colborne)'이 참여했다. 이후 풀사이즈 모델 제작은 '브라이언 오스본 (Brian Osorn)'이 참여, 모델링 프로그램 알리아스 (Alias)를 이용해 5개월 동안 개발되었다. 현재는 업계 표준이 된 알리아스를 미리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하얀색과 진청색 투톤으로 이루어진 컬러 디자인은 '루이즈 우드워드 (Louise Woodward)', '도미니크 레이 (Dominique Raye)'가 관여했다. 인테리어 역시 제작 과정에서 여러 디자인 안이 나왔지만, 무슨 영문에서인지 완성본은 실내가 없이 제작되었다.


200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선을 보인 바다는 2달 후 DWTC의 매각이 결정되면서 본의 아니게 DWTC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바다는 한동안 한국 GM 군산공장 홍보관에서 전시되다 수년 동안 잠시 자취를 감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차량이 당연히 폐기되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2020년 군산대학교 새만금 캠퍼스에 기증 및 재전시되며 행방이 다시 확인되었다. 바다는 대학 측의 관리 부실로 윈도가 깨지는 등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었는데, 현재는 다시 포천의 아도니스 호텔로 옮겨져 꾸준한 관리를 받고 있다. 참고로 이 호텔은 소유 기업은 김우중의 차남인 김선협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주식회사 아도니스이다. 쉐보레에게 버림받은 차량이 다시 대우의 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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