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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카 아카이브 May 08. 2023

언제나, 아무 때나, 대우 무시로

[아카이브 프로젝트 : 22]

대우 무시로는 워딩 테크니컬 센터의 황혼을 장식한 콘셉트카이다. ⓒ GTplenet

DAEWOO MUSIRO

[Archive 022] 2000, Designed by Daewoo Worthing Technical Center. ⓒ Dong Jin Kim


새천년을 맞은 대우자동차를 반기는 것은 찬란한 햇빛 대신 암담한 먹구름이었다. 모그룹이 최종적 부도를 표명하며 대우자동차 역시 워크아웃 상황에 빠진 것이다. 대우차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생산량 감축을 자구책으로 내놓았으나 18조에 이르는 부채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대우차는 최종 부도 처리된 2000년 11월까지 무수한 잡음과 함께 무너져갔다.


T자 디자인룩을 전후면에 걸쳐 구현했다.

사내 개발 본부로 활약해 온 대우 워딩 테크니컬 센터 (DWTC)도 이 여파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일찌감치 1998년 8월 독일 뮌헨 테크니컬 센터를 폐쇄한 대우차는 다음 희생양으로 워딩 테크니컬 센터를 점쳐두었다. 2000년에 이르러선 직원 수가 750명에서 160명 안팎으로 줄었고 개발 진행은 지지부진해졌다. 이 시기에 워딩 테크니컬 센터는 부드러운 디자인의 준중형 2 도어 쿠페, 무시로를 공개한다. 


2000년 영국 버밍엄 모터쇼에서 공개된 무시로는 1999년 미래에 이어 'VSC (Versitile Sports Coupe)' 개념을 적용한 두 번째 시리즈 콘셉트카이다. 다만 미래가 2010년 근미래를 염두한 차량이었다면 무시로는 양산을 염두하고 현대에 걸맞은 차량을 만들고자 했다. 당시 워딩의 연구진들은 누비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된 무시로를 두고 18개월이면 양산화를 마칠 수 있다고 자부했다. 회사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들이 내놓은 무시로는 회사의 존망이 그들의 능력 탓이 아님을 당당히 증명했다.


1999년 공개된 미래에서 상당수의 개념을 따왔다.

무시로는 '언제나'를 뜻하는 '無時로'에서 유래되었다. 이에 걸맞게 무시로는 MPV의 유용성을 겸비해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2+2 시터 쿠페를 목표했다. 무시로의 핵심은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drive-by-wire)' 기술이다. 차량 부품을 전선을 통해 전자식으로 연결한다는 의미인데, 무시로는 이를 통해 종전의 기계식 장치가 차지했던 자투리 공간을 실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무시로의 디자인은 대우차의 디자인 테마였던 'Designed Around You'를 반영한 결과이다. 프로젝트는 '크리스 밀번 (Chris Milburn)' 총괄 디자이너와 '마크 올드햄 (Mark Oldham)' 수석 외부 디자이너의 지휘 하에 진행되었다. 수차례의 클레이 모델 검토 끝에 '후안 호세 델홈 (Juan Jose Delhom)'의 외부 디자인 안이 채택되었다. 그는 무시로를 'Less is More'의 차량화'로 표현했는데, 모더니즘 기조를 반영해 덕트나 스포일러 같은 장식 요소를 최대한 배재했다. 결과적으로 무시로는 캡포워드 비례를 바탕으로 미래 (mirae, 1999) 에서 선보인 바 있는 노먼 헬맷에서 영감 받은 T자 프런트-리어 디자인을 계승하게 되었다.


디자인 안이 결정된 이후에는 '알리아스 (ALIAS)'프로그램을 통해 모델링이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워딩만이 보유하고 있던 '토러스 (TARUS)' 사의 모바일 밀이 도움이 되었다. 실내 디자인은 '폴 레이스 (Paul Wraith)'가 앞선 미래 프로젝트에서 제안한 1950년대 레이싱카의 콕핏에서 영감 받은 안이 채택되었다. 워딩의 엔지니어들은 실내 전체를 디지털로 선설계한 다음 클레이 작업 없이 바로 금형 제작에 착수했다. 큰 리스크를 부담할 수 있는 결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출품 데드라인을 겨우 맞출 수 있었다.


이 차량이 바로 대우 미래 컨셉트카.

센터 터널은 암레스트와 수납공간, 컵홀더 같은 기본적 기능부터 냉장고, 이메일과 내비게이션 기능을 겸비한 프린터-팩스 시스템까지 갖춘 다용도로 고안되었다. 실내 도어 캐치는 기본적으로 문을 여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90도로 돌리면 운전석 측에서는 미러와 루프 등을 컨트롤하는 버튼으로, 조수석 측에서는 지도 확인용 램프와 컵홀더, 윈도우 버튼이 된다. 외부 카로체리아가 아닌 사내 연구소에서 손수 개발되어 그간 쌓인 알고리즘을 이용해 초기 단계부터 에어백과 공조장치 등의 AV부품을 양산차와 공용하고자 한 점 역시 눈여겨볼 점이다.


무시로의 특징인 높은 실내 자유도 역시 미래 콘셉트카에서 그대로 계승된 것이다. 심지어 좌방향의 스티어링 휠과 페달을 우측으로 완전히 옮겨 우방향으로 장착할 수 있을 정도이다. 조수석 시트는 폴딩과 슬라이딩 기능을 갖춰 상황에 따라 센터패시아에서 리어 끝까지 이동이 가능해 운전자와 동승자 간 상호작용을 높였다. 폴딩이 가능한 트렁크 덮개와 광활 수납공간은 자유로운 시트 배열을 보조했다. 본래 오픈탑으로 고안되었으나 현실과 타협해 소프트탑으로 제작된 루프는 전동식으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오픈에어링을 즐기기 위해 고안되었다. 루프 패널과 후면 윈도우가 캔트 레일을 타고 뒷좌석 뒤로 수납되는 형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실내 공간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심 끝에 나온 결과로 루프 수납에 트렁크 공간을 할애하는 다른 소프트탑 쿠페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투명 플라스틱과 천연 가죽으로 마감한 실내.

디자인이 완성된 차량을 마감하는 것은 '도미닉 레이 (Dominque Raye)'와 '루이스 우드워드 (Louise Woodward)' 색상-트림 디자이너의 몫이었다. 이들은 스코틀랜드의 '앤드류 뮤어헤드 (Andrew Muirhead)'사의 고급 천연 가죽과 '콜린스 앤 에이크먼 (Collins & Aikman)'사의 특수제작 반투명 직물로 실내를 감쌌다. 차체는'PPG' 사에서 무시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올리브-골드 페인트로 도색했다. 세련된 선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노란색 윈도우는 차체 색상과의 대비를 고려한 선택이다.


전장 4,250 mm, 전폭 1,780 mm, 전고 1,340 mm, 축거 2,540 mm로 당시 피아트 쿠페와 비슷한 크기를 지녔다. 대우 뮌헨연구소가 개발한 직렬 6 기통 2.5리터 XS6 엔진은 패들쉬프트를 적용한 반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약 200마력, 최고 속도 135 마일 (175 km/h), 0-96km/h 7.9초를 기록한다. 참고로 XS6 엔진은 무시로 개발 당시에도 양산화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2002년에서야 매그너스를 통해 시판에 이르렀다. 물론 엔진도, 조향 장치도, 심지어 오픈되는 파츠도 없는 목업 콘셉트카이므로 이 스팩은 허구에 불과하다.


무시로는 대우 워딩 테크니컬 센터가 2001년 4월 톰 워킨쇼 레이싱 (일명 TWR)로 매각되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2017년에 엉뚱하게도 영국 월트셔에 있는 외딴 창고에서 다시 발견된다. 대규모로 대마초를 재배해 온 소유주가 결국 현지 경찰에 검거되면서 정부 압류 경매에 나오게 된 것이다. 아쉽게도 정확한 낙찰가와 낙찰자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적어도 폐차장에서 생을 마감한 여타 콘셉트카와 다르게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열정적인 수집가의 손에 들어가 관리되고 있을 것이다.

TIMELINE

2000.10.17~2000.10.27 : 영국 버밍엄 모터쇼 출품

2001.02.08~2001.02.18 : 이탈리아 암스트레담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불명


REFERENCE

HCPwrite 'DWTC Picks Prescient’s DesignQA SW' 1998.10.9

GoAuto 'Take a squizz at facelifted Matiz' 2000.10.19

Cardesignnews 'Daewoo Musiro concept at Birmingham Motor Show' 2000.10.28

Ritzsite 'AutoRAI 2001: the concept cars' 2001.??.??

AMonline 'Daewoo sells Worthing Technical Centre' 2001.04.18

OxfordMail 'Engineering group takes over Daewoo centre' 2001.04.19

카가이 '무인차 시대의 필수 기술 - 드라이브-바이-와이어' 2015.08.28

DRIVE 'Daewoo gets a new halo' 2016.10.03

GTplenet 'Criminal’s Amazing Seized Film Car Collection Heads to Auction' 2017.10.25

타고 '한국GM의 전신, 대우자동차' 2020.12.01

ArchivioPrototipi.it '2000 DAEWOO MUSIRO'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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