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드카 아카이브 Mar 14. 2023

적포도주를 곁들인 플레그쉽, 대우 쉬라츠

[아카이브 프로젝트 : 20]

쉬라츠는 대우자동차의 플레그쉽으로 개발된 컨셉트카이다. ⓒ Daewoo

DAEWOO SHIRAZ

[Archive 020] 1997, Designed by Daewoo Worthing Technical Center. ⓒ Dong Jin Kim


 대우자동차와 대형차의 인연은 1972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신진자동차는 GM과 'GMK'를 공동 설립하며 토요타 시절의 아성을 되찾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차량이 바로 오펠의 레코드를 현지화시킨 'GMK 레코드'. 그리고 한 차례의 풀체인지를 거친 1978년, 당시 2차 오일 쇼크의 여파로 대한민국 장관급 관용차가 모두 4 기통으로 제한된 적이 있었는데, 마침 동급에서 유일하게 4 기통을 장착하고 있던 로얄 레코드 (1975년부터 '로얄' 서브네임을 사용함.)가 이 빈틈을 노려 한동안 높은 판매고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기세는 배기량 제한이 풀린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이후 대우에서는 로얄 XQ, 로얄 듀크, 로얄 프린스, 로얄 살롱에 이르는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들을 출시하며 10년여간 대형차 시장을 장악한다.

대우의 삼분할 그릴을 잘 녹여낸 전면부.

 하지만 대형차에 대한 자부심은 곧 방만함이 되었다. 1986년 그랜저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는 세단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을 바로 잠식시켰다. 10년여간 별 다른 업데이트 없이 판매를 지속해 온 로얄 시리즈는 사실 곪아버린 피부와도 같았다. 로얄 시리즈는 현대차의 주먹 한 방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대우자동차는 로얄 시리즈를 통해 회사의 흥성망쇠를 모두 겪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차 시장의 단맛을 잊을 수 없었다. 그제야 대우는 라인업을 정리하고 신형 프린스와 브로엄을 급하게 선보였다. 허나 플랫폼은 여전히 1970년대의 그것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것으로는 이미 뒤돌아버린 소비자를 다시 끌어오기엔 무리였다. 이에 대우는 새 플랫폼을 유용한 새로운 플레그쉽 프로젝트 'A-100'을 착수하고, 제2회 서울모터쇼에서 쉬라츠를 공개하며 차량에 대한 기대감을 한 층 끌어올렸다. 이례적으로 쉬라츠는 3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간간히 조명되고 있는 콘셉트카 중 하나이다.


 대우는 쉬라츠 (Shiraz, 표기법 상 '쉬라즈'가 정확하나 당시 대우차에서 정정한 '쉬라츠'로 서술.)의 유래를 이란의 도시 '쉬라즈'에서 유래된 동명의 적포도주와 페르시안 카펫으로 소개했다. 그만큼 집무 수행이나 여행 시 최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고품격 세단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내에 PC를 설치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차량 제작은 1996년부터 영국의 대우 워딩 테크니컬 센터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디자인 디렉터 '진저 아서 (Ginger ostle)'가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잡았다. 디자인 테마는 '모던 클래식 & 심플'로 부드러운 에어로 다이내믹 스타일을 적용해 고풍적인 분위기를 목표했다. 차체 색상은 은백색 바탕에 연보랏빛을 섞어 웅장함을 더했다. 테일램프는 네온 타입을 적용해 세련된 모습을 선보였다.


 '대우차 최고의 기술 개발'이라는 명제 아래 개발된 쉬라츠는 당대 최첨단 기술들을 차량에 적용시켰다. 먼저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패들 시프트, 차간거리 경보 시스템, 지능형 브레이크, 측면보호 에어백 등 안전장치를 적용했으며 실내에는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오디오, 기어 위치, 시간, 마일리지, 전화번호 등이 표시되는 LCD 계기판, 오디오/비디오 시스템, 그리고 PC/프린터/팩스를 사용할 수 있게 고안된 뒷좌석 테이블 등 각종 편의 장비를 갖췄다.


 크기는 전장 5,007 mm, 전폭 1,873 mm, 전고 1,446 mm, 축거 2,900 mm. 1999년 출시된 에쿠스의 크기와 비등한 모습을 보여주고 공차 중량은 2톤에 육박한다. 특이하게도 파워트레인은 1개로 규정하지 않고 2.5리터 V8 엔진과 4.0리터 엔진을 모두 기재했다. 실제로 쉬라츠는 구동계가 없는 목업 모델이었으므로 성능 기재에서 자유로웠다.

대우는 쌍용을 인수하고 체어맨을 대우 브랜드로 판매했다.

 쉬라츠는 총 두 대가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 그중 실내까지 구현된 목업 모델은 제2회 서울모터쇼에 출품된 이후 한동안 한국에서 보관이 되었다. 그리고 1997년 연말에 영국 워딩 테크니컬 센터로 다시 운반이 되었는데, 연구소로 도착한 이후에는 이미 관리 부실로 내부에 곰팡이가 심각하게 슬어 있어 손을 쓸 수 없었다. 결국 쉬라츠는 1년여 만에 폐기 처분이 되었다고 한다. 실내 없이 외형만 제작된 모델의 경우 대우 군산공장 홍보관에 잠시 전시되다 행방이 묘연해졌다.


 한편 양산형 프로젝트 A-100은 1998년 대우그룹이 쌍용을 인수하면서 체어맨과 포지션 간섭이 생겨 자연스럽게 무산되었다. 이러한 결정은 체어맨에게는 '레간자 대짜'라는 오명을, 대우에게는 '쉬라츠의 저주'라는 대형차 백전백패 징크스만을 남겼다.

TIMELINE

1997.03.06~1997.03.16 : 제67회 제네바 모터쇼 출품

1997.04.23~1997.05.04 : 제2회 서울 모터쇼 출품

1997.07.08~1997.07.14 : 제1회 베이징 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폐기 처분


REFERENCE

 * 본 게시글은 '97' 대우 쉬라츠 이야기 (DAEWOO SHIRAZ)'을 리뉴얼 한 글입니다.

연합뉴스 '대우차 제네바쇼에 대형고급차'쉬라츠'공개' 1997.03.03

중앙일보 '대우자동차, '쉬라츠' 제네바 모터쇼 출품' 1997.03.04

한경뉴스 '자동차메이커들, 제네바모터쇼에 신형자동차 대거 출품' 1997.03.13

매일경제 '서울모터쇼에 신차 대거 등장' 1997.04.09

한경뉴스 '국내차 : 대우자동차..신선함 최대한 강조'1997.04.22

서울경제 '현대·기아·대우 자동차 3사/중 상용차 시장공략 “한판”' 1997.07.08

이전 15화 달걀을 본뜬 귀여운 로드스터 : 대우 조이스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