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12]
[Archive 012] 1997, Designed by Ssangyong. ⓒ Dong Jin Kim
당시 쌍용에게 있어서 W-카는 미래 전략을 판가름하는 프로젝트였다. 쌍용은 이 차량을 통해 'RV 메이커'라는 허물을 성공적으로 벗어던져야 했으며 무쏘로 시작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했다. 쌍용그룹 역시 5년간 4,500억 원 (당시 경쟁차이던 뉴 그랜저가 4년간 1,500억 원을 투자했다.)에 달하는 개발비를 투자하면서 성공에 만전을 기했다. 그리고 'W-쿠페'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매혹적인 쿠페는 프로젝트 'W-카'의 콘셉트카로 기획되었다.
W-카의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던 1996년, 제2회 서울 모터쇼가 수달 내로 다가온다. 모터쇼의 메인은 단연 W-카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출시가 5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차량을 벌써 공개할 수 없는 노릇이었고, 대신 W-카를 기반으로 제작한 2+2 시터 쿠페를 출품하는 방법으로 가닥을 잡는다. 곧이어 쌍용자동차 디자인실 20명과 W-카 개발팀을 주축으로 프로젝트가 꾸려지고 8월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다.
쌍용자동차 디자인실의 지문환 실장은 개발과정을 '영화감독이 되어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것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이들은 1995년 서울 모터쇼에 출품했던 CCR-1, CRS에 아쉬움을 느끼고 양산형에 가까운 콘셉트카를 만들고자 했다. 이윽고 11월에는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모터쇼를 3개월 앞둔 이듬해 1월에는 차마 공식적인 색상명을 정하지 않은 레드 페인트를 도장하면서 최종 모델을 완성한다. 총 개발비용은 1억 8천만 원, 해외 카로체리아에 용역을 맡기는 대신 자체 제작을 감행하면서 개발비를 경감할 수 있었다.
W-쿠페는 ‘정적인 운동감과 동적인 고요함을 통한 한국적인 이미지 창조'라는 표어를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또한 제작 의도에 충실하게 W-카의 메커니즘과 기술들을 사전 적용했다. 일례로 이 차량에는 '싱글 암 윈드 실드 와이퍼'가 적용되었는데, 이 기술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특허 기술로서 와이퍼의 세척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막 개발된 신기술이었다. 1991년부터 시작된 벤츠와의 기술 협약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이외에도 초음파 센서 사이드미러, 차간거리 자동 유지 시스템, 내비게이션, 후측방 경보 시스템, 그리고 국내 최초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당대 최신 기술이 적용되었다. 그리고 'Best, Aesthetic, Simplicity, Functional, Architecural (최고, 미적, 단순성, 기능성, 구성)'을 디자인 콘셉트로 채택해 에어로다이내믹을 중시하는 외관을 선보였다. 덕분에 공기저항계수 cd 0.25를 기록하면서 당시 국내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나름 F-세그먼트 쿠페에 걸맞은 파워트레인도 갖추었다. FR 형식에 W-카에 적용될 예정이었던 벤츠의 2,299CC M111 DOHC 터보차저 인터쿨러 엔진을 장착해 220마력, 촤고속도 270km/h, 최대토크 32.5/2,600 kg.m/rpm의 스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로백은 구형 벨로스터 터보와 비슷한 6.7 초에 불과한 점이 아이러니하다. 서스펜션은 전륜 후륜 각각 댐퍼 스트럿, 서브프레임 모듈 멀티링크, 브레이크는 전륜 후륜 각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디스크 타입을 적용했다. 크기는 전장 4,815 mm, 전폭 1,820 mm, 전고 1,316 mm, 축거 2,715 mm, 전후 윤거 각각 1,511, 1,541 mm. 공차중량은 1,285 kg으로 경량화를 이루어냈다. 이외에는 파워 볼너트 방식 스티어링, 타이어 규격 225 45ZR17/225 40ZR, 연료 탱크 80ℓ의 제원을 지녔다.
서울 모터쇼를 한 달여 앞둔 1997년 3월, 쌍용은 W-카의 차명을 '프레지던트'와 '체어맨' 중에서 체어맨으로 확정하고 W-쿠페를 서울 모터쇼에 출품한다. 체어맨의 출시를 예고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한 채 메인스탠드에 전시된 W-쿠페는 형형색색의 콘셉트카들 속에서도 존재감을 뽐냈고, 관람객들의 관심 역시 독보적으로 끌 수 있었다. 이후 동년 10월 9일 출시된 체어맨은 시장과 평단 양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하지만 W-쿠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갔다.
당시 모터쇼에서 차량 설명을 맡았던 한 직원의 회고에 따르면, 일정을 마친 W-쿠페는 이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창고로 옮겨졌다. 그리고 백미러가 떨어져 나간 채 보관되다 쌍용자동차가 워크아웃 대상 기업으로 지정되며 폐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용자동차의 미래를 꿈꾸었던 매력적인 '프롤로그'는 자동차 박물관을 만들겠다며 올드카 수집을 해온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열망과 함께 자취를 감추었다.
1997.04.23~1997.05.04 : 제2회 서울모터쇼 출품
현재 소재: 폐기 (90년대 말)
매일경제 '서울모터쇼 신차 대거 등장' 1997.04.09
매일경제 '쌍용 W-쿠페' 1997.04.16
한겨레 ''꿈의 자동차'를 내 가슴에...' 1997.04.17
MBC '제2회 서울 국제 모터쇼 국내외 신모델 자동차 소개' 1997.04.18
동아일보 ''97 서울모터쇼 Seoul Motor Show "편한차 빠른차 안전한차"' 1997.04.23
매일경제 '스포츠카-국민차 "관심" 어떤 차 나오나' 1997.04.23
매일경제 '쌍용 하반기 승용차 시장 진입 "서막"' 1997.04.23
MBC '제 2회 서울 국제 모터쇼 내일 개막' 1997.04.23
매일경제 '쌍용자동차 W쿠페' 1997.04.30
동아일보 '97서울모터쇼 오늘 폐막 관람객 70만 돌파 즉석 수출계 약도' 1997.05.01
네이버 블로그 (도시선언) '쌍용 W-쿠페' 201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