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25]
[Archive 025] 1994, Designed by Kia. ⓒ Dong Jin Kim
기아자동차는 오랫동안 승용 시장을 떠나 있었다. 그 악명 높은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가 시행된 탓에 승용차는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7년 동안 봉고로 근근이 버틴 기아차는 조치 해제가 가시화된 1986년 초에야 승용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 있었다. 곧이어 판매량을 견인할 소형차와 고부가가치의 중형 세단이 시장 재진입을 위한 물망에 올랐고, 해제까지 1년 여가 남은 상황에서 기아차는 이번에도 마쓰다의 손을 빌렸다. 그렇게 마쓰다 카펠라 GC형을 기반으로 개발된 기아의 새 중형차는 1987년 10월 16일 '콩코드'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비록 판매량에서는 쏘나타가 절대적 우위를 점했으나 콩코드는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장치로 쏘나타의 훌륭한 대안이 되었다. 기아의 복귀를 알린 꽤나 훌륭한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출시 7년 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콩코드를 마냥 팔 수만은 없었다. 기아는 콩코드의 후속 'G-카' (훗날 크레도스로 출시) 프로젝트에 착수하고, 콩코드를 왜건형으로 개량시켜 병행 생산하고자 했다. 이른바 '투 트랙' 전략으로 기아차는 적은 비용으로 레저용 차 블루오션을 노린 것이다.
개발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1994년 시점에서 콩코드 왜건의 개발은 마무리 단계였고, 기아는 서두르지 않고 제대로 된 시장 형성이 될 때까지 출시 일정을 늦췄다. 항간에 따르면 미국 수출을 염두해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고자 했다고 한다, 당해 연말에 공개된 로드맵에 따르면 콩코드 왜건은 1995년 10월과 11월 사이에 출시될 예정이었다.
콩코드 왜건은 세단의 1.8리터 가솔린/디젤 파워트레인이 단산되고, 2.0 SOHC 단일 라인업으로 계획되었다.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프로토타입은 각각 후기형과 최후기형을 기반으로 화이트와 블랙 모델이 제작되었다. 1995년 말에는 기아차가 직접 프로토타입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기아차는 선뜻 출시를 결정하지 못했다. 1995년 10월에서 1996년 2월, 그리고 1996년 10월까지 출시 일정은 기약 없이 연기되었다. 사실 이유는 있었다. 그간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던 '레저용 차' 시장이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왜건 시장의 포문을 연 아반떼 투어링은 1996년 월평균 680여 대를 판매하는 데에 그쳤고, 누비라 스패건과 싼타모 등을 합쳐도 점유율은 시장의 1.4%에 불과했다. 게다가 기아는 콩코드 왜건뿐만 아니라 크레도스 왜건 역시 개발하고 있었다. 레저용 차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구형 모델과 점유율을 양분할 가치까지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1997년 초, 기아는 콩코드 왜건의 출시를 백지화했다. 콩코드 세단이 단종된지 2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1998년 7월 23일부터 크레도스의 왜건형인 '파크타운'을 출시해 공백을 메웠다. 기아의 결정은 옳았다. 파크타운은 월 50여 대도 안 되는 판매고를 올리며 2년 동안 총 870여 대가 판매되었다. 콩코드 왜건까지 출시했다면 개발비도 못 건졌을 것이다. 소문에 따르면 기존 제작된 프로토타입은 청와대 구내식당차로 납품되었다고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현재 소재: 폐기 처분
연합뉴스 '완성차업계 '트윈모델 마케팅' 경쟁' 1994.04.04
매일경제 '왜건형 승용차 개발 바람' 1994.04.11
매일경제 '제3의 자동차시장 미니밴을 잡아라' 1994.08.17
매일경제 '신모델차 내년 쏟아진다'1994.11.19
조선일보 '내년 신차 쏟아진다' 1994.12.28
한겨레 '자동차 새 모델 '봇물'' 1994.12.28
중앙일보 '엘란트라. 콩코드 斷種 문의 "빗발"' 1995.02.06
매일경제 '새봄맞이 승용차 신차 경쟁' 1995.03.15
매일경제 '한승준 사장 독 현지 일문일답' 1995.09.12
한겨레 '레저용차 시장 선점경쟁 막 올라' 1995.10.09
경향신문 '새 개념 신차 몰려온다' 1995.11.29
동아일보 '왜건-미니밴 개발경쟁 가속' 1995.12.06
한국경제 '내년 신차 RV가 주류.. 부분 모델변경 포함 20여 종 "새 얼굴"' 1995.12.10
조선일보 '왜건-스포츠카 등 새 모델 '봇물'' 1995.12.12
한겨레 '새 모델 홍수 속 레저용차 '바람' 예고' 1996.01.29
매일경제 '10 차종 쏟아져 '풍년' 고르는 재미도 커졌다' 1996.01.31
서울신문 '변형모델로 소비자 공략' 1996.03.11
중앙일보 '소형서 고급대형車까지 자동차 3사 차종 늘리기 경쟁' 1996.03.18
동아일보 '기아차 한승준 부회장 '풀라인업' 생산체제 구축' 1996.03.25
동아일보 '신형차 하반기 쏟아진다' 1996.07.22
국민일보 '내수불황 자동차업계 신차발매 잇달아 연기' 1996.10.10
연합뉴스 '비세단형 신차, '반짝'인기에 그쳐' 1996.11.02
서울경제 '내년 신차 20여 종 봇물… “대회전”/97년 시장기상도' 1996.11.26
경향신문 '아반떼 투어링 누비라 크레도스 왜건형 승용차 '3색 대결'' 1997.06.04
수정내역:
2023.08.08 사진 문구 추가 및 설명 보충
2024.01.03 설명 보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