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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카 아카이브 Aug 28. 2021

고급스러운 베트카,
현대 SLV

[아카이브 프로젝트 : 4]

베트카가 떠오르는 외관의 SLV는 에쿠스의 프롤로그였다. ⓒ Hyundai

HYUNDAI SLV

[Archive 004] 1997, Designed by Studio UST. ⓒ Dong Jin Kim


1997년의 서울 모터쇼는 역대 한국 모터쇼에서 컨셉트카가 가장 많이 출품된 해였다. 물론 수입 브랜드가 한국에서 좀처럼 의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하던 시기라 대부분이 한국 브랜드의 컨셉트카로 메워졌다. 그중에 선 자사의 해외 디자인센터에서 높은 완성도로 제작한 컨셉트카도 있었으나, 아쉽게도 이번에 다룰 SLV처럼 괴랄한 디자인의 컨셉트카 역시 출품이 되었다.

전통적인 세단의 프로포션은 아니다.

1997년 4월 15일, 서울 모터쇼 개최 이전에 사전 공개된 SLV는 'SUPER LUXURY VEHICLE'에서 이름을 따 온 VIP 전용 최고급 세단이다. IMF 직전의 호황기와 급등하는 대형차 수요를 간파해 '실내의 거주 편의성 극대화'를 콘셉트로 2열 좌석 중심의 최첨단 차량을 만들려고 했던 현대차는 이 컨셉트카를 통해 자사의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21세기의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을 지향하며 디자인된 에어로 다이내믹의 유선형 디자인은 개성적이다. 오죽하면 현대차 공식 프레스 자료에서 '베트카'를 언급할 정도. 크롬 처리된 앞뒤 범퍼를 통해 고급감을 표현했으며, 측면엔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으로 볼륨감을 증대시켰다. 실내는 외관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연갈색과 청색 계통으로 꾸민 곡선 중심의 실내는 독특한 스위치 버튼과 묘한 괴리감이 느껴진다. 운전석은 유리로 조수석과 2열에서 분리되어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었으며, 클러스터와 센터패시아를 일체로 연결해 운전자의 동선에 맞는 인체공학적인 운전석을 만들었다.

세기말의 컨셉트카 답게 괴랄한 기교가 많다.

플레그쉽을 자처하는 컨셉트카답게 최첨단 기능들이 많은데, 특히 B 필러가 생략된 '파워 도어'는 국내 최초로 원터치 버튼으로 조수석 앞, 뒤 문을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방감을 극대화하여 2열 승객, 즉 VIP의 승하차 시 불편함을 최소화시켰다. 시트는 고급 소재를 사용하며 크기를 키웠는데, 조수석 시트는 180도 회전이 가능하며 2열 시트는 앞뒤 슬라이딩 기능과 리클라이닝 기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당시로선 상용화가 어려웠던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후면 카메라 미러 (백아이 카메라)를 장착했으며, 국내 최초로 다중 에어백을 장착해 탑승자의 안전 주행을 최대한 극대화했다. 최고급 세단 콘셉트에 맞게 버튼 하나로 개폐가 가능한 우드 테이블, TV, 안테나, 전화, 팩스, 비디오, 냉장고, 온장고 등을 설치하여 이동형 오피스, 오락공간,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계획했다.


제작은 95년도에도 컨셉트카를 용역받았던 '스튜디오 SUT'에서 담당했으며, 당시 언론사가 선정한 '모터쇼 최고의 차'에 선정된 바 있다. SLV는 서울 모터쇼 이후 호주 시드니 모터쇼에 출품을 계획했으나 끝내 무산되었다. 현재 이 차량이 어디 있는지는 수십 년이 지난 현재, 자동차 제조사도 필자도 알 수 없다.


수정 내역:

2023.11.20: 글 양식 수정, 내용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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