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15]
[Archive 015] 1992, Designed by hyundai design north america. ⓒ Dong Jin Kim
1986년, 현대자동차는 포니 엑셀로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엑셀은 그해 26,000여 대를 판매하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차량에 올랐다. 허나 이러한 호재는 곧 북미에서 발목을 잡는 불명예가 되었다. 이듬해부터 현대는 조악한 품질과 빈약한 AS망,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에서 '현대차는 가난한 사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현대는 이 인식을 어떻게든 뒤집어야 했다. 저가차 시장은 판매량의 한계가 분명했으며, 업계 최저 수준의 가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공개된 HCD-1은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라는 특지를 콘셉트카의 가치 이상으로 이행해주었다.
HCD-1에서 'HCD'는 현대자동차 캘리포니아 디자인 (Hyundai California Design)의 약자이며 '1'은 그곳의 디자인센터에서 제작된 첫 콘셉트카라는 의미이다. 당시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는 1990년 설립되어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상황이었다. 본래 해외 카로체리아에 외주를 주고자 했으나, 350,000달러에 불과한 예산에 발목 잡혀 직접 HCD-1을 제작했다. 1년 동안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당시 디자인 개발을 총괄한 오석근 현대자동차 전 부사장은 '열악한 환경, 적은 인원, 저예산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밤샘 작업 끝에 탄생했다.'라고 회고했다.
험난한 제작 과정을 거치고 완성된 HCD-1은 1992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출품되었다. 200평 남짓의 스튜디오에서 10여 명의 디자이너와 모델러가 모여 일군 성과였다. 2인승 로드스터인 HCD-1은 전 세계 유명 브랜드의 콘셉트카 사이에서 단연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주최 측에서는 HCD-1을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했으며, 5월에는 미국의 매거진 '카 앤 드라이버'의 표지를 장식하는 영광을 누렸다. 12월에는 '모터트렌드'에서 미국 10대 드림카로 선정되었다. 동양 변방의 저가차 회사가 일군 기적이었다.
개발팀은 유럽이나 미국 스포츠카와는 구분되는 신고전주의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했다. 박종서 전 현대자동차 디자인연구소 부사장은 울산 연구소 재직 시절 본 일본 작가의 고래 사진을 떠올리며 HCD-1을 디자인했다. 그의 자연친화적 디자인 가치관에 따른 것이었다. 사측에선 디자인 단계에서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HCD-1은 양산을 고려하지 않은 3박스 타르가톱 스피드스터로 디자인되었다. 그 일환으로 루프탑과 리어 글라스는 탈착식으로 구성했다. 휠은 당시로선 큰 17인치 (P245/45R17)를 장착했으며, 테일램프는 LED 형식이었다. 실내는 디지털 AM/FM 라디오와 버킷 시트, 시계, 연료 온도와 압력 게이지, 트립 컴퓨터 등을 내재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었다.
파워트레인으로 150마력을 내는 직렬 4기통 DOHC 16 밸브 2.0L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가 짝을 이뤘고, 당시로서는 첨단 장비였던 ABS, 듀얼 에어백, 4륜 독립 서스펜션도 갖췄다. 실제로 HCD-1은 주행이 가능한 러닝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되었지만 기재된 스펙과 다르게 포니의 파워트레인을 그대로 얹었다는 후문이다.
HCD-1의 대중적 성공은 현대자동차의 경영진을 고무시켰다. HCD-1을 양산해달라는 미국 지부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후속작인 HCD-2로 이어지게 되며 훗날 티뷰론과 SM 싼타페의 디자인 모티브가 되었다. 이후에는 YF 쏘나타를 통해 처음 소개된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 철학에서 '플루이딕'에 영감을 주었다. 현재까지도 HCD-1의 디자인 정신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HCD-1은 이후 국내로 들어와 대전엑스포, 제1회 서울모터쇼 등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현재는 현대자동차 측에서 국내 소장하고 있다. 박종서 전 부사장은 퇴직 이후 FOMA (포마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을 건립해 이를 본뜬 레진 마스터 모델을 전시하고 있다. 콘셉트카를 좋아하는 이는 한 번쯤 들려보면 좋을 듯하다. 현대자동차는 1986년 미국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때 형성된 '싸구려 차'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현대차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현대는 30년 전 이 콘셉트카를 통해 진정한 가치적 '아메리카 인베이전'을 이루고자 했다. 현재의 제네시스, 그리고 N이 HCD-1의 정신을 이어주길 바란다.
1992.01.04~1992.01.14 : 제55회 디트로이트오토쇼 출품
1992.10.01~1992.10.01 : 현대 뉴그랜저 신차발표회 출품
1992.10.06~1992.10.18 : 제78회 파리모터쇼 출품
1993.07.29~1993.11.07 : 대전엑스포 출품
1995.03.18~1992.03.22 : 95 한국자동차 디자인 공모전 출품
1995.05.03~1995.05.10 : 제 1회 서울 모터쇼 출품
2005.04.17~2005.04.17 : 클릭 스피드 패스티벌 개막전 출품
2015.12.21~2016.01.10 : 움직임의 미학 SIM: Sculpture in Motion 출품
현재 소재: 현대자동차
동아일보 '현대 스포츠카 개발' 1992.01.10
매일경제 '2인승 스포츠카 개발 현대차' 192.01.10
한겨레 '현대 국내 첫 스포츠카 개발 미국 국제 자동차쇼 출품' 1992.01.10
조선일보 '현대차, 스포츠카 자체 개발' 1992.01.10
매일경제 '꿈의 자동차 수요자 초청' 1995.04.26
월간 디자인 '현대자동차의 역사와 함께해온 디자이너 오석근' 2012.04.??
뉴스래터 '상상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다' 2020.09.25
조선일보 '아버지는 한국에서… 아들은 이탈리아에서 父子 자동차 디자이너의 車… 車… 車' 2008.06.13
땅과사람들 '작고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연세대학교 이주명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정체성 ‘플루이딕 스컬프처’의전략적 고찰'
명불허전 II '현대의 첫 컨셉트카 HCD-1, 티뷰론' 2019.04.08
수정내역:
2022.12.24 : 뉴그랜저 일정 추가
2024.07.19 : 내용 보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