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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한국의 잊혀진 차량들, Vol.2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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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카 아카이브 Oct 30. 2023

한국에서 가장 작은 '지프',
현대 경형 지프 프로젝트

[아카이브 프로젝트 : 35]

현대정공은 상품성이 입증된 파제로 미니를 들여오고자 했다. ⓒ Mitsubishi

HYUNDAI COMPACT JEEP

[Archive 035] 1998, Designed by Mitsubishi. ⓒ Dong Jin Kim

SUV 전문 제조사인 현대정공은 왜 갑자기 경차를 출시하려 한 것일까? 사실 당시의 특수한 사회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997년 말 IMF 사태가 터지고 자동차업계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부채의 늪에 빠진 사내 사정도 문제였지만 바깥 사정은 더 처참했다. 1998년에 접어들자 차량 판매량은 전년의 30% 수준으로 감소했고, 당연히 야심 차게 출시한 신차 (EF 쏘나타, SM5 등)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 혼란 속에서도 웃는 자가 있었다. 당해 4월 출시된 대우 마티즈는 ‘저렴한 가격‘과 ’ 세재혜택‘이라는 경차의 이점을 살려 외환위기 속 소비자의 니즈를 꿰뚫었다. 그렇게 대우차는 주춤한 현대차를 꺾고 업계 판매량 1위를 탈환하는 ‘서자의 난’을 성공시켰고, 현대차는 아토즈의 국제형 모델 '상트로'를 기아 비스토로 서둘러 출시하며 이에 대응했다. 바야흐로 경차 전성시대의 순간이었다.

파제로의 향기를 풍기는 외관.

당연히 현대정공이 준비된 밥상을 걷어찰 리 없었다. 현대정공은 1998년 중반부터 브랜드색을 살린 경형 지프 프로젝트를 착수한다. 수년간 갤로퍼를 개량하며 4WD 기술을 갈고닦은 현대정공은 자주화를 위해 독자모델 (G-1과 HP 프로젝트 등) 개발에 시도했다. 그러나 미쓰비시의 품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었다, 연간 2만여 대 남짓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수천억에 달하는 독자모델 개발비를 감당하는 것은 현재로서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 당 이익이 적은 편인 경차를 홀로 개발하는 것은 도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현대정공은 또다시 미쓰비시의 품을 빌렸다.

현대정공은 미쓰비시의 '파제로 미니'를 국내 생산해 손쉽게 해결하고자 했다. 참고로 1994년부터 일본에서 판매된 파제로 미니는 출시 9년 반 만인 2004년에 누계 40만 대를 달성한 베스트셀링 카였다. 비록 플랫폼은 자사의 경차 '미니카' 기반이었지만 파제로를 본뜬 거친 디자인과 다른 경차에서는 볼 수 없는 '4륜구동'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SUV 전문 브랜드인 현대정공의 색깔에도 맞았다.

나름 스페어타이어까지 달 수 있는 SUV이다.

크기는 원본 (전장 3,295 mm, 전폭 1,395 mm, 전고 1,630 mm, 축거 2,200 mm)에서 현지화를 위해 자잘한 외장 변경이 있었을 것이다.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직렬 4 기통 4 A30 660cc급 자연흡기/터보 엔진을 버리고 현대가 아토스를 위해 개발한 직렬 4 기통 입실론 엔진을 적용해 798 cc를 발휘할 전망이었다. 그리고 수출형 아토스에 적용된 999 cc 사양도 적용될 계획이 있었다.

현대의 경형 지프는 1999년 서울 모터쇼에 첫 공개를 치르고 연말에 출시를 할 예정이었다. 연초부터 위장막을 두르고 공도 테스트를 진행할 만큼 프로젝트는 진척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대정공 자동차부문이 현대차로 통합되고 차량 부품회사 '현대모비스'로 재출범하면서 이 차량의 출시는 불투명해졌다. 사실 현대차로 프로젝트가 이관되고 사업성을 재검토했지만, 이미 아토스와 비스토라는 대안이 있었기에 굳이 수백억 원의 생산 설비를 들여와 출시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독자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던 사내상황에 미쓰비시의 모델을 현지생산 하는 수준의 프로젝트가 좋게 보일리 없었다. 그렇게 경형 지프 프로젝트는 영원한 미출시차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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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자동차를 다룹니다. 최종 목표는 도서 출판입니다. (since 2016.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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