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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Oct 05. 2020

멈추고서 깨달은 것들 3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 (feat. 의사 파업 사태)

2주 연속 독서모임에 참가하느라 기존 '멈추고서 깨달은 것들' 시리즈를 쉬게 되었다. 이번 추석 연휴동안 푹 쉬었으니, 이제 다시 시리즈를 이어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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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삶에서의 깨달음

- 하나님의 타이밍

- 안식

-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 (feat. 의사 파업 사태)


커리어 관련 깨달음

- 회사생활의 가치

- 크리스쳔 사업가의 마인드

- 연봉협상 과정




나는 진보 성향의 크리스쳔이었다. 진보와 보수 중 그나마 진보가 하나님 나라에 가깝다고 여겼다는 뜻이다. 아무래도 대학생때 활동했던 선교단체 분위기가 진보 성향이라 나도 자연스럽게 그 시각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참여했던 대통령 선거에서 내가 지지하지 않던 보수 진영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는데, 해당 정권 중 세월호 사건과 최순실 비리 사건이 터지며 내 믿음은 강화되었다. 그런데 같은 선교단체 간사님 출신인 현재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은 촛불 시위 시국에도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치 이데올로기도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고 말하시곤 하였다. 나는 그 때마다 그래도 보수는 아니라고 코멘트 해주시는 게 정확하지 않나 아쉽게 여기며, 목사님이 (내가 생각하기에는 옳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 절반의 교인들에게 미움받을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것일까 의심하기도 했다 (ㅎㅎ;).  


'미투' 운동 당시 많은 진보계 유명인들 (정치인, 연예인, 예술인 등)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 받았을 때도, 이후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도, 믿었던 진보 진영 사람들이 어찌 저럴 수 있나 정말 화가 났지만, 그럼에도 '개개인의 잘못이지'라 합리화해주며 (내가 왜 그랬을까.. 참 프레임이란 무섭다) 진보가 보수보다 더 하나님나라에 가깝다는 믿음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이번 의사파업 사태를 유발한 현 진보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목사님이 하신 말이 사람을 신경써서 한 말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리 말하셨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목사님의 말이 옳았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진보든, 보수든, 인간이 만든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결코 하나님 나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의사 파업 사태는 정부가 다음의 4가지 정책을 강행하려 하였기에 촉발되었다.

1) 공공의대 설립

2) 의대 정원 확대

3) 한방 첩약 급여화 

4) 원격의료 추진


나는 프로그래머로서 4번 원격의료 추진 건은 기술의 진보와 적절한 법의 울타리를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해가야한다는 입장이라, 1~3번을 중심으로 정부와 의사들이 파업하는 이유를 살펴보게 되었다.




1. 공공의대 설립


정부는 의사들이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에, 10년간 지방에서 의무로 복무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의무 복무로는 의료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예시. 군대 병원) 여전히 지방에서 생명과 직결되는 수술이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 반박한다. 그리고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근본 원인인 '지방 병원에선 의사로서 성장할 수 없는 환경 - 첨단 치료법을 연구하거나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개선해야하고, 이를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비용으로 지방 거점 병원들에 최신 장비와 연구비를 더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인 치료 경험이 있어 의사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내가 성대결절에 걸렸을 때, 동네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소견서를 작성해주며 현대아산병원의 특정 선생님을 추천하셨다. 그래서 약 1년 반의 기간동안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기간 중 한번은 급작스럽게 성대가 안좋았아졌는데 때마침 내가 대전에 있어 대전 충남대병원에서 성대 내시경을 한 적이 있다. 아산병원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빨대 모양의 스테인레스 스코프를 넣어 성대를 확인했기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고 충남대에서도 당연히 그 기계로 성대를 볼 줄 알았다. 그런데 충남대병원에는 카메라가 달린 줄을 코를 통해 넣어 성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닌가! 코가 맵고 헛구역질이 나왔었다. 작은 콧구멍을 통해 줄을 넣다보니 성대 보는 데까지 시간도 꽤 걸렸다. 이런 경험을 할 줄 알았다면 며칠만 참고 아산병원에 갈 걸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성대를 보는 기계는 생명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계는 아니다. 그래도 이 작은 예시만 보더라도 지방의 연구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아산병원과 충남대병원이 비슷한 거리라면, 훨씬 불편하지 않게 진료를 볼 수 있는 아산병원을 갈 것이다. 이비인후과 의사 입장에서도 내시경 보는 데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면 그만큼 많은 환자를 볼 수 없을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든 의사 입장에서든 서울에 더 다양한 의료 케이스가 몰릴 수 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지방 병원의 연구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도 공공의대를 통한 10년간의 의무 복무는 지방에 부족한 의사 수 문제에 대한 미봉책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결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 의대 정원 확대


또한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민 천명당 의사수(2.3명 2017년)가 OECD 평균(3.4명 2017년)에 미치지 못하며, 특히 내외소산(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 수가 부족한 점을 들어, 의대 정원을 확대하여 의사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단순 국민당 의사수가 의료의 질을 대변하진 않는다며 적정 의사 수 산출을 위한 협의체가 먼저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들은 평균 의사수가 높은 나라인 쿠바나 그리스, 이탈리아와 같은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의료의 질과 접근성이 좋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보다 환자가 원하는 날에 의사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을 다루는 과를 의사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해당과의 의료 수가 문제가 개선되어야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나도 의사수가 더 증가하면 환자로서는 병원에서의 대기시간이 줄고, 사회적으론 살인적인 스케쥴을 감당하고 있는 인턴과 레지던트의 근로 환경이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유투버 국가비님의 자궁내막증 관련 영상을 보니 (영상1영상2), 가비님이 우리나라보다 평균 의사수가 살짝 많은 영국(2.8명)에서 원하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위해 몇 주를 기다렸지만 결국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진료를 받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단순히 국민당 의사수가 의료질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공공이냐 민간이냐 공공+민간이냐의 의료 시스템이 의료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당일 병원 대기시간 정도는 영국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되었다. 


또한, 의사수가 늘어난다고해서 과연 인턴과 레지던트의 근로환경이 개선될까하는 것도 의문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 간호사 면허 소지자는 35만명이지만, 이 중 절반인 18만명 정도만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면허가 있어도 근무하지 않는 이유는 간호사의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마찬가지로, 단순히 의사 면허 소지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인턴과 레지던트의 근무환경이 좋아질 수 없고, 병원에서 TO를 늘리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근무환경이 좋아지는 걸 텐데, 병원 입장에서는 현재로도 시스템이 굴러가고 있는데 굳이 더 돈을 들여 TO를 늘리려하진 않을 것이다. 


(기피과에 대한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 의료 수가 문제는 '부산의사 김원장'님의 이 영상에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이 영상을 보고 나도 기피과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 수가가 개선되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의료 수가와 관련하여 궁금한 분은 위 영상을 참고해보면 좋겠다.)


3. 한방 첩약 급여화 


한방 첩약 급여화는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의 3가지 질병에 대해 한약 처방을 받을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한약을 많이 먹는 사람들에겐 비싼 한약에 대해서 어느정도 보험이 적용되니 경제적 부담이 줄 수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한약에 대한 의학적 유효성이 제대로 검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강경히 반대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약효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한의학과 양의학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충돌이 생긴 듯 보인다. 그런데 각각 절차의 차이를 자세히 조사한 자료를 찾지 못하였다. 다만 의협 신문에 따르면, 한약의 유효성은 세계의학계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표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절차로 검증된다 말한다. 




이렇게 정부와 의사의 입장 차이를 알아보니, 개인적으로 의사들이 주장하는 바가 더 합리적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의사들의 주장에 대한 정부의 합리적 반박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 및 진보 언론사의 반응은 '코로나 시국에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파업을 하는 나쁜 의사들'이란 감정적 프레임 씌우기, 본질을 가리는 호도뿐이었다. 


의사들이 파업까지 강행한 것은, 해당 정책들이 위와 같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미래 의료질에 심각한 저하를 초래할 수 있으니, 정부가 해당 정책에 대해 밀어붙이기를 중단하고 각각에 대해 실무자인 의사들과의 논의를 거치자고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정부는 시민단체와 병원 협회 등 다양한 이익단체들과 이미 논의를 거친 내용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토론 결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4대 정책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아무리 다양한 단체들과 이미 논의를 했더라도, 그들 단체의 의견이 실무진인 의사 단체보다 중요할 수 없을 텐데, 정부가 말한 이유가 무척 어이없게 들렸다. 나중에 이미 남원시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은 확실하다 홍보하며 해당 부지의 토지보상까지 이뤄졌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 정부는 이미 해당 정책들을 국회 의석수를 믿고 밀어붙이기로 마음 먹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미 관련자들이 정치적, 금전적 이익 (해당 지역의 표심과 시가보다 높은 토지 보상액 등)까지 취했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강한 의심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보수 언론이라 여겨 잘 보지 않았던 언론사에서만 그나마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이야기하고, 대부분의 언론, 특히 구독하던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나쁜 의사' 프레임 씌우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댓글창에서 본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구독하는 언론사와 유투브 채널 추천 영상만을 보며 강화된 한쪽 진영의 주장만을 거친 말투로 외칠 뿐이었다.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며, 이번 진보 정부에 매우 실망하게 되었고, 진보든 보수든 어떤 하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다른 하나보다 더 합리적이거나 옳을 수 없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게 되었다. 또한, 나 역시 이전엔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만 사건을 보다보니 그 프레임 안의 생각이 더욱 강화되기만 했었는데 (특히 요즘은 유투브 알고리즘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영상만 추천하기에 추천 영상만 보게 되면 더욱 이럴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시민이 되려면, 시각이 다른 여러 언론사와 사람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보고, 누군가 주입한 의견이 아닌 내가 스스로 생각한 의견을 갖고있어야 하겠구나 생각하였다. 


그래도 이번 파업 사태 때 정부 정책에 찬성하는 편인 한 교회 친구가 카톡으로 여러가지 질문을 해주어서, 그에 답하며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 나는 무시무시하고 비합리적인 댓글창과는 정 반대되는 이 개인적 경험이 참 좋았다. 아무래도 나는 이렇게 교회에서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을 텐데 (다른 집단-내가 좋아하는 친구들, 직장 동료 등-은 나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사회 이슈에 대해 서로를 배려하며 토론하는 문화가 더 발달되길 바란다. 


이번 파업 사태는 의협과 보건복지부의 급한 합의로 4대 정책을 일단 멈추는 것으로 무마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 마무리 된 후 내가 가장 반대하는 공공의대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특히 남원 공공의대 부지 매입 관련 비리는 없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비정상적 의료 수가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가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다.  




참고 자료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82610323999159 "의대 정원 늘린다고?" 의사들 왜 파업하나… 4가지 이유 뜯어보니 

[유투버 '부산의사 김원장'] https://youtu.be/Gtx9Koc39Wo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현직 의사의 솔직한 생각 ft. 의사 파업

[유투버 '부산의사 김원장'] https://youtu.be/ZjCeLj7v-_w 공공의대와 의사파업 그리고 의사의 밥그릇에 대하여..

[유투버 '닥터프렌즈'] https://youtu.be/w_MQRGRapXo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에 대한 닥프의 생각

[조선일보]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13/2018031302109.html 국내 간호사 35만명 중 절반만 현업에 종사

[전북일보] https://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86986 남원공공의대 설립 사실상 확정

[청와대 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2153#_=_ 공공의대 정책의 완전한 철회를 청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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