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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Oct 19. 2020

멈추고서 깨달은 것들 4

회사생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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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삶에서의 깨달음

- 하나님의 타이밍

- 안식

-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 (feat. 의사 파업 사태)


커리어 관련 깨달음

- 회사생활의 가치

- 크리스쳔 사업가의 마인드

- 연봉협상 과정




4년이 조금 넘게 회사를 다니는 동안, 회사 생활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한국 회사 중에선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들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느슨한 조직 생활조차 내겐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애니어그램 4번 성향으로 나만의 독특함을 표현하고자하는 특성이 있는데, 커다란 기업의 언제든 갈아 끼워질 수 있는 부품처럼 일하는 게 무척 괴로웠다. 또한 내가 가치를 느끼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없고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회사 생활은 버티는 것이라 여겼고, 빠른 시일 내에 나의 회사를 만들어 자유를 찾아 독립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나 주말엔 창업과 관련한 책을 읽고, 친구들과 창업모임도 하면서, 또 실제로 작게 스마트스토어도 운영해보면서, 몸은 회사생활을 하지만 마음은 창업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오롯이 혼자 자유롭게 일해보니, 혼자 일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힘든 이유 중 첫번째는 외로움이었다. 돌아보니 내가 직전 회사에서 힘들었던 것도, 일의 내용이 나와 맞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모든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했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토론할 수 있는 팀원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겐,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 - 문제를 함께 토론하며 해결해가는 재미와 서로의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 - 가 무척 소중했음을 깨닫게 되었고, 나는 그동안 회사가 주는 이 기회를 감사히 여기지 않고 당연하게만 여겼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혼자서 일을 해보니 일과 삶의 분리도 쉽지 않았다. 카페라도 가서 공간을 분리하고 싶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집밖에 나가는 게 여의치 않아, 집 안에서 나름 공간을 분리하여 일을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집에서 매서운 집중력으로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남편에 비하면, 나의 생산성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동안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를 동경하며 출퇴근시 도로 위에서 내 소중한 시간을 쏟는 게 아깝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매일 재택을 해보니 나는 어느정도 공간의 분리가 필요한 사람일 수 있겠더라. 규칙적인 시간과 공간의 분리를 통해 일과 삶을 분리해주는 것, 이것도 회사가 내게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지난 6월에는 열왕기하 말씀을 묵상했다. 그 중 열왕기하 20장의 본문을 묵상한 적이 있다 (6월 17일, 18일의 본문). 이 장에선 하나님께 신실했던 유다의 왕 히스기야가 죽을 병에 걸리자, 하나님께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선한 일을 많이 했는지 기억해주시고 자신을 살려달라'고 구한다. 하나님은 히스기야의 과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성과 다윗과의 약속을 기억하며 히스기야의 생명을 연장시켜주셨다. 그러나 이후 연장된 삶을 살아가던 히스기야는 바빌론 사절단이 왔을 때 온 나라의 무기고와 보물창고 등을 보여주는 큰 영적, 외교적 실수를 범하고 만다. 이것이 영적 실수인 이유는 이 행동엔 나라의 살림살이를 구석구석 보여주며 이것들이 하나님이 아닌 자신이 이룬 업적이라고 자랑하고픈 교만함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라의 안정을 하나님을 의지하여 이루려 하지 않고, 바벨론과의 친교로 이루려 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실수는 훗날 바빌론 포로생활의 원인이 되고 만다.


히스기야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창업을 하고픈 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정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창업하려고 했는가, 아니면 나의 영광을 위해 창업하려고 했는가? 부끄럽게도 나는 나의 영광을 위해, 나의 잘남과 독특함을 드러내고 싶어서 창업하고픈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이를 깨닫고 나자, 내가 창업을 하기보다 먼저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겸손함이 훈련되어야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겸손함은 매일 하나님께 나아가며 훈련해야 하기도 하지만, 또 사람들과 부딪히며 훈련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회사를 다니며 동료들과 부대끼는 것은, 동료들의 의견을 듣고 존중하는 겸손함의 훈련이 될 수 있다. 


또한 혼자 일해보니, 창업을 하기 전에 내가 겸손함뿐 아니라 성실함도 훈련되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일정을 정하고 기한 내로 일을 끝마치는 것은 어찌보면 다른 사람이 맡긴 일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맡겨진 일엔 눈에 보이는 상사와 그로 인한 압박이 있지만 혼자 하는 일은 그러한 외부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할 때 성실하지 않은 적이 있다. 업무 시간 중에 때때로 창업에 대해 생각하느라 마음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른 사람이 맡긴 일에서조차 성실함이 훈련되지 않은 나였기에, 혼자서 일할 때 스스로 성실하기가 참 힘들었다. 즉, 그동안 성실함 레벨1의 훈련도 안된 상태에서 레벨2가 필요한 창업을 꿈꾸고 있었던 거다. 회사는 내가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훈련의 기회도 줄 수 있겠다.


(그동안 얼른 창업해서 성공하기를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는데, 창업하기 전 먼저 겸손함과 성실함이 더 훈련되어야 함을 깨닫고 나서, 그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정말 감사하다고 고백하게 되었다. 인격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하고 혹 성공했다면 내가 얼마나 교만해졌을 지 눈에 훤하기 때문이다. 이 감사함을 가지고 하나님께 구했다. 내가 앞으로 성공이나 명예나 부나 어떤 것을 구하는 기도를 할 때, 내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준비가 온전히 되어 있지 않다면 결코 나의 기도를 이뤄주시지 말라고 말이다.) 


그동안 회사생활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지만, 이번 휴가기간을 통해 회사가 내게 줄 수 있는 여러가지 가치가 있음을 깨달았다.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동료들, 일과 삶을 분리해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들과 부대끼며 겸손함과 성실함을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조금은 이기적으로 내 커리어의 성장만을 고려해 한 직장을 오래 다니지 않고 이직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며 인격적으로 성숙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싶다. 한편, 나의 고유한 특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창업의 기회는 계속 발굴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업무 시간 중에 때때로 마음이 갈라져 주어진 일에 불성실하게 되는 걸 최대한 경계하며 회사와 약속한 평일 8시간에 대해서 주께 하듯 성실하고, 업무 외 시간에만 창업에 대해 생각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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