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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Mar 04. 2020

2020/03/04 수

둘째도 너무나 사랑받는 자녀입니다 (마가복음 7:24-37)

Lectio 하나님 나라 읽기


예수님은 계속 사람들 속에 쌓여 그들을 가르치고 병자를 치료해주셨다. 예수님은 좀 숨을 돌리고자 유대지방을 떠나 두로 지역으로 가셨다. 두로 지역은 이방인들이 사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거기에도 예수님에 대한 소문이 이미 퍼져있어서 예수님은 숨어계실 수가 없었다. 그런 중에 한 여자가 예수님께 와 엎드려 울며 간청하였다. 


"예수님, 제 딸에게 악한 귀신이 들어와있습니다. 제 딸을 제발 살려주세요."


그러자 예수님은 이 이방여인에게는 참으로 서운한, 상처가될 수 있는 말씀을 하신다.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단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반려견에게 주는 것을 옳지 않단다."


여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주님이라 고백하며 말한다.

"주님, 하지만 반려견도 자녀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는 얻어 먹지 않습니까?"


그러자 예수님은 여인에게 딸이 나았으니 집에 돌아가보라 하셨다. 여인의 믿음은 참 대단했던 게, 예수님이 직접 집으로 찾아가지 않고 자신의 눈 앞에서 딸을 낫게 하지도 않았는데,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집으로 바로 돌아갔다. 여인이 집에가서 보니 아이에게서 귀신이 나가있었다.




Meditatio 하나님 나라 묵상하기


주석에 보면 이 시로페니키아(시리아 + 페니키아 합성어) 여인이 살고 있던 지역은 헬라 관습이 더 익숙한 지역인데, 헬라 관습에서는 유복한 가정에서 때로 개를 애완동물로 취급했다고 한다 (IVP성경배경주석 1391p). 그래서 나도 성경본문을 읽을 때 성경에서는 그냥 '개'라고 표현되어 있지만, 그것을 우리 문화에 맞춰 '반려견'이라는 단어를 쓴 것으로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나도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래도 자녀가 아닌 반려견이라니,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IVP 성경배경주석은 "예수님은 예를 들어 설명하고 계시다. 곧 자녀를 애완 동물보다 먼저 먹여야 하며, 그러므로 유대인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출4:22)"라고 설명한다. 나는 출4:22 를 찾아보았다.


너는 바로에게 말하여라. '나 주가 이렇게 말한다. 이스라엘은 나의 맏아들이다. (출 4:22)  


맏아들의 우선권. 그래 맏아들은 처음 만난 자녀이고 참 소중하지만, 그래도 자녀들은 다 소중한 게 아닌가? 하나님은 왜 이렇게 구분하신 걸까? 나는 이것을 두고 하나님께 서운한 마음,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있다고 기도하였다. 기도중에 하나님은 내게 탕자의 비유(누가복음 15:11-32)를 생각나게 하셨다.


탕자는 둘째 아들이었다. 그가 아버지께 자기가 받을 유산을 달라고 한 이유는 성경에 나와있지 않지만, 그에게는 둘째라는 서러움이 있었을 수 있겠다. 살면서 겪어왔던 맏아들이 우선시되는 상황들이 쌓이고 쌓여 그는 아버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아버지를 미워하게 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은 결코 둘째 아들은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탕자가 받은 유산을 다 탕진하고 돼지 우리에서 돼지먹이를 먹다가 아버지께 다시 돌아갔을 때, 아버지는 멀리서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달려가 껴안고 입을 맞추며 가장 좋은 옷을 입혀주었고, 아들이라는 징표의 반지를 다시 끼워주었다. 


하나님은 이 이야기를 통해 내게 말씀해주셨다. 

"다혜야, 맏이가 아니라고 해서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게 결코 아니란다. 이 탕자 이야기에서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니?"


아멘. 하나님의 설명으로 모든 서운함이 싹 녹아진다. 하나님의 사랑이 참 노란 햇살처럼 따스하고 산능성이처럼 보드랍게 느껴진다. 


주님, 기도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불렀던 호칭이지만, 오늘 여인의 입으로 들어본 그 호칭은 하나님과 나와의 당연했던 관계를 일깨운다. 하나님이 내 삶의 주인이셨지, 그 분이 내 아버지가 되셨지. 오늘 하루, 내 삶의 주도권을 나의 아버지께 드리고 할 일들을 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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