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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an 13. 2019

6. 사랑이 항상 처음같을 수는 없을까?

K양

바로님 말이 맞아요. 비효율적인 방식이죠. 근데 너무 답답하고 억울해요. 제가 큰걸 바라나요? 남자친구가 어마어마한 이벤트나 선물을 해주길 바라는것도 아니고, 이전보다 더 연락을 많이 해주고 더 챙겨주길 바라는것도 아니에요. 그냥 단지 연애초반에 했던 정도만 해주길 바라는것뿐이라고요. 이게 그렇게 잘못된거고 비효율적인 생각인가요?


바닐라로맨스

일단 미안해요. 많이 답답하죠? 그래서 처음에 장황하게 설명을 했던거예요. 제가 K양에게 해드릴 얘기들은 일반적인 연애상식과는 많이 차이가 날것이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뭔가 자신이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수도 있어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저는 제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공감해야하고 맞다고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저의 의견이고 K양에게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걸 소개하고 싶을 뿐이에요. 혹시 불편하면 그만할까요?


K양

아... 아니에요. 분명 바로님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제가 조금 흥분한것 같네요. 솔직히 답답하고 화도 나는건 맞지만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다양한 관점이라 생각하며 더 들어보고 싶네요. 흥분해서 죄송해요. 


바닐라로맨스

아니에요. 익숙한 반응이라 괜찮아요. 그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그저 처음처럼만 해달라는건데 그게 잘못이냐는 K양의 답답함, 진심으로 공감해요. 아무리 처음엔 잘해주고 시간이 지나며 시큰둥해지는게 패턴이라지만 그래도 단지 처음처럼만 해달라는건데 그것마저 포기해야한다면 억울한 기분이 들 수 있겠죠. 단지 처음처럼 해달라는것일 뿐이데! 그런데 처음처럼이라는게 과연 '단지'일까요? K양 혹시 잔에 반정도 채워진 물 이야기 아세요? 


K양

네, 저도 알아요. 물이 반정도 채워진 잔을 보며 "물이 반밖에 없네?"라고 할 수도 있고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할 수도있다는 이야기말이죠? 그러니 상황을 긍정적으로 봐라 이런건가요? "남자친구가 처음보다 좀 식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데이트 해주잖아~" 뭐 이런식으로요? 


바닐라로맨스

하하하하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요? 그런데 잔에 반정도 채워진 물 이야기에는 다른 버젼도 있어요. 한 교수가 강의를 시작하며 유리잔에 물을 반정도 따랐다는거예요. 그걸본 학생들은 K양처럼 "물이 반이나 남았네?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건가?"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 잔을 드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했데요.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다네요. "이 잔을 들고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K양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것 같아요? 저는 한 10분쯤 버틸 수 있을까 싶던데. 물이 반정도 채워진 잔을 들어올리는건 너무 쉬운일이에요. 하지만 그 물잔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면 그건 쌀포대를 나르는 일보다 힘든일이겠죠. 물잔을 들고있는것 조차 그런데 연애라고 오죽하겠어요? 


K양

그래요. 매번 데려다주고 멀리 데이트를 나가는건 그럴 수 있다고 쳐요. 그런데 연락은 정말 납득할 수가 없네요. 물잔을 드는것처럼 힘을 써야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스마트폰을 터치하면 되는건데 그게 힘이 들고 어렵다고요? 그게 힘이 든다면 애초에 연애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바닐라로맨스

그건 그래요. 그냥 카톡 좀 보내고 통화 좀 하면 되는걸 왜 남자들은 그걸 못하는걸까요? 그런데 남자들은 그걸 어려워하더라고요. 주변 지인들만 봐도 "여자친구가 연락 갖고 뭐라하는데 무슨 연락을 어떻게 하라는거야!?"라며 답답해하는 지인들도 많아요. 


K양 입장에선 처음부터 못했으면 모르겠는데 처음엔 잘하다 나중에 못하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K양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한번 지난 연애들을 돌이켜봐요. 연애초기에 하는 말이 다들 각양각색이던가요? 디테일이 다를뿐 다 거기서 거기죠. 


처음은 패턴을 통째로 암기하듯 하는것에 가까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대화 소재의 밑바닥이 드러나면 뭔가 새로운걸 짜내야하는데 그때부턱 턱! 막히는거죠. 그래도 남자들이 연락을 어려워한다는걸 납득하기 어렵다면 친구와의 카톡을 보면 입이 떡벌어지며 한방에 납득이 될 수도 있을거예요.


연락이 줄어든 남자친구를 답답해하기 전에 왜 남자친구의 연락에 민감하게 생각하는지 생각해봐요. 아마 연락을 애정의 척도로 삼고 있기 때문일거예요. 사실 남자도 그걸 알아요. 여자친구가 연락을 애정의 척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요. 그래서 더 부담스럽고 힘이 드는거죠. 그냥 자기 방식대로 툭 던지면 여자친구가 서운해할 수도 있으니 여자친구가 만족할만한 대화를 짜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어렵죠. 


평소에 노래부르기를 좋아하면서도 지인들이 기대하며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긴장되고 노래를 부르기 어려운것처럼요. 연애초기같은 연락으로 돌아갈 순 없어도 만약 K양이 연락에 대한 압박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연락의 양과 질이 나아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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