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마라톤

여덟 번째 이야기 - 아버지가 쓰는 글

목회를 하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우연히 시작해서 나 자신을 곤혹스럽게 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교회학교에서 학생들을 담담하고 있을 때 당시만 해도 주일에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생용 교재가 없었다. 단지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위한 교사용 교재만 있었다. 가르침이란 가르치는 교사만큼이나 배우는 학생들이 중요한데 학생을 위한 교과서가 없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교회학교 교역자들 회의에 이 문제를 제기했더니 나온 결론은 문제를 제기한 본인이 공과 집필을 맡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여전도사님 5명을 집필 위원으로, 나는 집필 위원장으로 그 일을 떠맡게 되었다. 그로부터 4년여 동안 공과 집필 때문에 많은 수고를 했다. 타 교단을 다니면서 공과 집필 과정을 연구했고, 무엇보다도 주일학교 공과는 교육 과정 커리큘럼이 중요했기에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번의 회의를 통해 마침내 커리큘럼을 완성했다.


그리고 2년여의 준비 기간을 마치고 집필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5명의 집필 위원이 설교하는 설교자이지, 집필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아니었기에 저마다의 문체에, 설교 원고와 같은 문장으로는 교재를 만들 수 없었다. 결국 모든 원고를 집필 위원장인 내가 책임을 지고 수정해야 했고, 그렇게 4년을 투자한 끝에 새로운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진 교사용 공과, 학생 공과를 유치부부터 6학년까지 발간할 수 있었다.


교회학교에서 타 부서로 이동하면서 그 짐을 겨우 벗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수많은 밤을 새웠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그 후로도 처음에 부담 없이 시작한 것들이 스스로를 옥죄게 했던 일들이 돌이켜보면 참 많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나이가 60이 넘어서 또 한 번 사건을 저질렀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로 내 평생 처음으로 예배가 중단되었던 2020년 3월 첫째 주일, 텅 빈 성전에 앉아서 홀로 예배를 드리는데 그 참담함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먼저는 하나님께 너무 죄송했고. 성도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예배 시간 내내 먹먹한 마음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잠시 앞으로의 일에 대해 묵상할 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있었다. 성도들이 교회에 올 수 없다면 내가 그들에게 가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유튜브였고, 나는 매일 아침 내가 묵상한 말씀을 짧게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리기로 하였다.


2020년 3월 3일부터 그렇게 시작한 ‘하말하열’ 묵상은 사역지가 강남 성전에서 소하 교회로 바뀌면서도 계속되었다. 여전히 코로나로 인해 예배를 드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이 그렇게 길게 이어진 줄 알았다면 아마 시작을 안 했을 것이다.


그리고 팬데믹이 끝났어도 창세기부터 시작된 묵상을 중간에 끝내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걸릴 줄 알았더라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덧 팬데믹도 추억이 되었지만, 말씀 묵상은 끝낼 수 없어 요한 계시록 22장까지 묵상했을 때 걸린 날짜는 1,340일이 넘었다.


너무나 감사한 것은 그 오랜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도님들과 말씀을 묵상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도와주신 것이다.


아들 목사가 ‘물러져 버렸나’라는 글을 보내왔다. 그렇게 물러진 것이 그만의 일이었을까. 나 역시 살면서 수도 없이 나 자신의 물러짐에 부끄러워하고, 기가 막혀 하면서 나이를 먹었다. 일일이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그러나 결국엔 인생도, 목회도 마라톤이다. 결코 100m 달리기가 아니다. 그냥 인생을 길게 보자. 10번을 물러터져도 1번은 고진감래 하면 된다. 삶이란 기록경기가 아니기에, 하나님 앞에서는 결코 등수가 중요하지 않기에 내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고 달리면 된다.


뛰다가 서기도, 걷기도, 기기도 할 수 있다. 그중에서 몇 번의 구간에서 잘 달리면 우리 인생 마라톤은 그럭저럭 감사로 달려갈 길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목사인 나보다도 아들 목사는 아직 달려갈 길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기에 그 구간을 기대해 본다.


AI를 통해 부자가 함께 뒤는 장면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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