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번째 이야기 - 아들이 쓰는 글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핸드폰을 켜 성경 애플리케이션을 여는 것이다. 정결한 모습으로 종이로 된 성경을 읽는 것이 성도의 본이 되어야 하는 목사로서 추구해야 할 모습이겠지만 하루 이틀 하다가 마는 것보다야 매일 꾸준히 할 수 있는 길이 더 탁월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고 핸드폰을 들어 성경 애플리케이션을 여는 것이다.
매일 열 두 장씩 읽다 보면 일독하는데 세 달이 조금 더 걸린다. 예전에 사역하던 장로교회 담임목사님이 자기 나이만큼은 성경일독 횟수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도전을 받아서 대학원 동기 목사님과 함께 성경 읽기에 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다 보니 일 년에 3독, 이년에 7 독 정도 하게 되는 것 같다. 빠듯하게 읽으면 더 읽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읽고 나면 일, 이 주정도 쉬다 보니, 일 년에 4독 하는 건 힘겨운 듯하다.
여하튼 간에 성경을 읽은 후에 이어지는 루틴은 중보기도다. 전 세계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국 교계와 교단을 위해, 그리고 주님 앞에 기뻐하시는 교역자가 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이들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한다. 대학원 동기들을 만나면 교단 흉보기에 앞장서던 모습을 어느 날 깨닫고, 뜻이 같은 이들을 모아서 함께 교단을 위해 기도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이 모임의 목적은 단 하나, 하루에 한 번 정해진 기도문을 가지고 기도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이 기도문에 앞서 언급한 기도제목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비몽사몽간에 기도를 하고 나서는 바로 기억나는 기도제목들, 가족들의 건강과 삶을 위해서, 또 긴급한 성도님들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기도한다.
물론 이후에 다시금 성도님들을 위한 기도 시간은 가지게 되지만, 급하고 중요한 기도제목은 이때도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런 시간을 거치고 나서 화장실로 직행한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며, 면도를 하고, 머리 세팅을 하고 나온다. 그리고 부엌으로 직행해 아침을 먹게 된다. 아침은 대부분 식빵 한 장이다. 그 위에 상황에 따라 치즈 한 장을 얹든, 치즈와 햄을 한 장씩 얹듯, 달라지는데, 중요한 건 아침은 빵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 독일에서부터 아침에 빵을 먹어와서 그런지, 아침에 만큼은 밥보다는 빵이 속이 편하다. 먼저 내 아침부터 챙기는 이유는 이 집에서 아침을 즐겨 먹는 것은 나 혼자인지라, 또 아침을 먹어두어야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지라, 일단 나부터 챙기는 것이다.
그렇게 빵을 먹고 있으면 아이가 일어나는데, 엄마가 출근을 준비하며 자리에 없어서 칭얼거리는 아이를 침대에서 데리고 나와 거실로 향하게 된다. 아이를 거실로 데리고 나와서 아이의 밥을 챙겨 먹인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아직 빵이 낯설다. 빵을 자주 주곤 하는데, 그래도 빵보다는 쌀밥이 좋은가 보다. 그래서 매번 밥을 준다.
계란을 구원 간장과 비벼서 계란밥을 해주기도 하고, 김에 싸서 김밥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물에 말아 물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잠에 깬 아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아이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씨름을 하고 있으면 아내가 준비하고 나온다.
아내에게 바통 터치를 하고 나는 들어가서 옷을 입고 나온다. 사역하는 교회마다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정장이 필수다.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지만, 출근길만 놓고 본다면 불편하기 그지없다.
일단 계절에 따라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하며, 금세 구겨지고, 움직이도 쉽지 않다. 또 넥타이는 얼마나 목을 졸라 데는지. 그래도 무엇을 입어야 할지 고민은 안 해도 돼서 편하기는 하다.
준비를 하고 나와서 물건을 챙기고 주차장으로 내려가게 된다. 보통 아이는 아내가 출근길에 등원을 시키고, 나는 교회로 향하게 된다. 교회로 가는 길에 끼어드는 부분은 거의 없다. 매번 같은 시간에 매번 같은 길을 간다. 그러니 항상 동일한 풍경이 달려가는 자동차를 맞이한다.
그런데 거진 매일 가는 출근 길이 낯설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당황스럽기가 그지없다. 분명 아는 길인데, 분명 익숙한 풍경인데 이상하리만큼 낯설게 다가온다. 그럴 때면 눈을 크게 뜨고 사방을 둘러본다. 그렇게 열심히 고갯질을 하다 보면, 익숙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고 금세 적응하게 된다. 그러면 언제 그랬는 듯 마음에 동요가 금세 사라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