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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Apr 04. 2022

코로나 확진자의 격리 일기(2)


"엄마, 이게 코로나야?"


기침을 하던 아들이 묻는다. 그렇다. 이게 코로나 바이러스였던 것이다. 꼬박 3년을 피해 다니고, 닦아내고, 막아냈던 그 정체불명의 입자. 정확히 알 수 없어 더 두려웠던 것 같다. 그 바이러스가 내 몸에 들어오고, 아프고, 싸우고, 견디면서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아, 이게 코로나구나.


나의 격리가 끝나갈 즈음 둘째 딸아이부터 남편, 그리고 첫째 아들까지 릴레이 확진이 이어졌다. 가족 전파를 막아보려 애썼던 나의 노력은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했다. 어느덧 그렇게 2주가 흘러 우리 가족 마지막 확진자인 아들의 격리, 마지막 날에 이르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나는 바로 지금 그리고 발 붙이고 서 있는 여기에 존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존재하지 못했다. 항상 내가 서 있지 못하는 다른 시공간을 그리워했다. 외로웠지만 자유로웠던 20대의 내가 그립고, 과거 여행의 시간에 걸었던 낯선 그 길들이 매일 그립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크고 작게 불행하다고 느끼는 편이다. 내가 여기 없기 때문에 지금이 불만족스럽고 불행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 후 갇혀 지내면서 오히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더 쉽게 받아들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격리기간 중 언젠가 안방에서 딸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던 오후였다. 그 틈을 타 나머지 식구 셋이 좁은 놀이방에서 뒹굴뒹굴 구겨져서 놀게 되었다. 막내가 깨면 안되니 거실에서 후퇴해 놀이방에서 소곤소곤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당시 격리 해제 상태였던 내가 스벅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사 와 놀이방 작은 상에 둘러앉아 나눠 먹었다. 그 순간 '아, 우리 지금 여기 같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몽글몽글 가득 차 충만해졌다. 따뜻하고 아늑했다. 항상 혼자 있기를 갈구하고, 열린 길 위에 서 있기를 희망하는 나인데 갇혀있는 이 좁은 방에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평소 틈만 나면 혼자 밖에 나가서 휘몰아 돌아다닐 틈을 엿본다. 조금이라도 나갈 여지가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려 외출이 불발되면 이내 우울해진다. 그런데 법적으로 부여된 재택 격리로 외출할 통로가 아예 완전히 막혀버리니 오히려 포기가 쉬워진 것일까. 다른 생각을 시도하지 않고 매일매일 '지금'을 챙겼다. (물론 갇혀 있는 것은 힘들지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이전만큼 크게 들지 않았다.


충만한 순간도 잠시. 금세 갑갑한 루틴으로 돌아와 집안일과 돌봄 노동의 반복 트랙을 달렸다. 지난 2주간의 매일이 그랬다. 너덜너덜해진  컨디션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사이 아이들  수발과  단위로 쌓이는 집안일, 함께 쌓이는 나의 스트레스  너무나 고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날 놀이방에서 우리 가족이 함께 뒹굴거리던  오후 시간은 꽤나 따듯한 추억으로 오래 남아있을  같다.


가까스로 건져 올린 코로나의 추억이다.



아들이 그린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가림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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