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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유 Jun 04. 2023

계란 부자의 삶이란 이렇단다

계란이 매일 쌓여간다

계란이 떨어지는 날이 없다. 나는 계란부자이다. 그 이유는 우리집 꼬순이들 덕분이다. 마트에 가도 계란 코너는 들리지 않은지 벌써 2달이 다 되어 간다. 귀염둥이 꼬순이들이 매일매일 부지런히 계란 선물을 해주는 통에 우리 가족은 어쩌다 보니 매일매일이 계란 파티의 연속이다. 이 파티가 싫지 않은 이유는 워낙에 내가 계란을 즐겨 먹었기도 한 습관도 있었지만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자연에서 건강하게 키운 닭이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 집 계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아침부터 나는 계란 요리를 한다. 왜냐하면 냉장고에 계속 쌓여가는 계란을 빨리 소비하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 안 먹으면 내일 또 쌓여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계란 요리는 요란스럽고 거창하지 않아도 늘 그럴듯하고 예뻐 보여서 참 좋다. 샛노란 컬러감이 식탁 위의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아보카도 기름을 두르고 계란 5개를 한 번에 투하한다. 오늘은 브런치로 에그스크램블을 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에그스크램블은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저 프라이팬에 계란을 넣고 볶아주기만 하면 끝이다. 계란을 탁! 깨트리는 순간 탱글탱글한 노른자의 탄력이 강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내 입가엔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그래 진짜 신선함이란 이런 거지~ "





오늘의 우리 집 브런치


거창하게 요리하지 않아도 그럴듯해 보이는 우리 집 아침 식탁. 

텃밭에서 남편이 양상추를 따와서 그것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신선함과 건강함이 배가 되어 식탁 위의 감사함과 행복감이 넘쳐난다. 커피 한잔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 나누며 먹는 우리 집 주말 아침 식탁은 꽤나 만족스럽다. 고급호텔 조식뷔페가 전혀 부럽지 않다. 브런치 카페를 일부러 찾아갈 필요가 없다. 



하지만 늘 좋지만은 않아. 


계란을 거의 하루 3끼 빠짐없이 챙겨 먹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바로 계란껍데기가 어마어마하게 나온다는 것.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렸는데 점점 양이 많아지다 보니 이 계란껍데기가 종량제봉투에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라는 사실이 주부로써 그리 달갑지 않았다. 종량제 봉투 비용이 너무 아까운 그저 나도 평범한 주부 중에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에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니 계란껍데기가 의외로 여러 가지 활용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하루에 이만큼씩 쌓여가는 계란 껍데기



계란껍데기의 새로운 발견! 

화분이나 텃밭에 계란껍데기를 부셔서 주면 계란 껍데기에 함유되어 있는 좋은 성분들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식물이나 채소류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정보를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계란껍데기는 그냥 무조건 버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반가웠다. 너란 녀석! 너무 매력적이잖아~


그래 맞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닭의 몸에서 나온 이 계란도 어차피 인위적인 성분이 전혀 없는 자연의 조화로움 속에서 생겨난 것이고, 이 껍데기 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계란을 투하하고 나서도 껍데기에 잔여물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계란 껍데기 자체에도 다양한 미네랄이 가득하다고 하니 이 좋은 걸 왜 아깝게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에 거름으로 주는 용도 말고도 피부 미용으로도 사용된다고 하는데 나는 선뜩 행동으로 옮겨지지는 않았다. 계란 껍데기가 스크럽용도로 아주 좋다고 하는데..... 나는 내 얼굴에 부지런히 영양크림 하나 챙겨서 바르는 것조차 귀찮게 느끼는 사람이라 이 계란껍데기를 잘게 쪼개어 스크럽을 만들 부지런함을 장착하고 있지 않기에 그냥 텃밭의 비료로 주기로 했다. 방향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고구마 밭의 텃밭으로.


너를 자연으로 다시 보내줄게 

하루치의 모아진 계란 껍데기는 고구마 밭 한쪽 귀퉁이에 부어놓고 발로 사각사각 밟아서 꾹꾹 눌러주고 주변의 흙으로 다시 덮어준다. 자연으로부터 왔으니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 맞다. 흙과 함께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는 계란을 보면서 나의 마지막도 이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무엇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유의미한 존재가 되기를. 






계란 껍데기에 대한 뒤처리 마음이 홀가분해지자 나의 계란 요리는 더 신나게 박자를 탄다. 

그냥 밋밋한 에그스크램블이 심심하게 느껴질 때는 방울토마토를 절반씩 잘라 함께 아보카도 기름에 볶아 먹으면 정말 맛있고 고소하다. 이렇게 식사를 하면 뱃 속도 늘 편안하고 왠지 내 몸도 점점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텃밭에서 따온 양상추와 함께 곁들여 우유 또는 커피와 함께 먹으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꼬순이들 덕분에 계란이 넘쳐나는 일상은 요린이인 나를 부엌으로 자꾸 이끌고

계란말이, 계란찜 등등 뚝딱뚝딱 잘 해내는 새로운 나를 만들었다. 


 하루 3끼 계란은 사실 조금 질린다 

그래서 요즘엔 하루에 한 끼 정도만 계란을 먹기로 했다. 가끔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계란을 선물하기도 한다. 이 계란이 마트에서도 그리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것은 아니지만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나의 닭을 본 사람들은 내가 챙겨주는 계란을 마트에서 파는 계란과는 다르게, 좀 더 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계란 선물을 다들 좋아해 주셔서 선물할 맛이 난다. 




계란부자의 삶이란? 

나도 언제든 배불리 먹고, 남에게도 선물로 아낌없이 줄 수 있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계란이 떨어지는 날이 없다.

제 때 안 먹으면 냉장고에 계란이 수북이 쌓여간다. 




뭐라도 부자일 수 있어서, 좋다. 






유용하진 않지만 소중한 것들

계란껍데기 - > 마지막까지 버릴 것 하나 없이 좋은 일을 하고 간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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